“기습을 당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이 이달 27일 한 행사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급부상을 의식한 듯 이같이 말했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발표한 전국 단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47%로 트럼프 전 대통령(49%)과 단 2%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100일도 채 남지 않은 대선이 ‘예측 불허’의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전 세계는 벌써 2025년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트럼프발(發) 2차 무역전쟁에 대비해 2단계 통상 전략을 수립 중이다. 협상이 통하지 않으면 ‘맞불’을 놓겠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가시화하는 트럼프 2기에 대비해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일본 정부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2.0’이든 ‘해리스 1.0’이든 미국의 자국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강화될 게 분명하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를 대비해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수출 감소, 금리 상승, 환율 불안 등 예상 가능한 파고가 몰려오면 경제성장은 요원해질 것이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고물가·고금리로 내수가 부진한 데다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를 기록하며 1년 6개월 만에 뒷걸음질 쳤을 정도로 앞날이 불투명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및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보조금 정책을 대부분 폐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도 우려를 키운다. 바이든 행정부의 지원을 받아 미국에 투자를 대폭 늘려온 반도체·배터리 업체들의 각개전투만으로는 힘에 부칠 것이다. 한국은 미국에서 일자리를 가장 많이 창출하는 국가라는 점을 부각해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 미국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2만 360개 일자리를 만들어 중국·일본·독일을 앞질렀다. 팩트를 근거로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 캠프를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