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美대선 누가 되든 고금리 지속…7년내 더 큰 인플레 올 것"

[2024 창간기획-해외 특별 인터뷰]

◆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9월 내려도 장기금리 변동 미미

10년물 5년간 4.5%선 유지될듯

정부부채 등 물가상승 압력 가중

선거서 한쪽 대승땐 경제에 위험

美 1년내 침체 확률은 20% 수준

케네스 로고프 교수가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식당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욕)=김흥록 특파원케네스 로고프 교수가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식당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욕)=김흥록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언제부터 금리를 내리느냐, 올해 몇 번 내리느냐는 식의 전망은 마치 체스 선수가 한 수 앞만 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기금리를 낮춰도 10년물 장기금리는 크게 내려가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진입했다는 사실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면서도 “미국 경제의 경로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금리 분야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인 로고프 교수는 △포퓰리즘에 따른 미국 정부 부채 증가 △탈세계화 △중동과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번지는 지정학적 갈등이 미국의 시중금리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그는 11월 대선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어느 쪽이 승리하든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았다. 그와의 인터뷰는 7월 18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식당에서 진행됐다. 이후 26일 e메일을 통해 민주당 대선 주자로 사실상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부상에 따른 경제 전망을 반영했다.

로고프 교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앞으로 5년간 평균 4~4.5% 선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현시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9월부터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본격화하더라도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시중금리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10년물 금리는 모기지 금리나 학자금 대출, 자동차 구매 대출 등 미국 내 각종 대출이자의 기준이 된다. 로고프 교수는 “미국의 10년물 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0~1%대를 기록한 바 있다”며 “지난 500년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이었던 만큼 엄청난 위기가 닥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금리 상승 역전은 역사적으로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이라며 “새로운 기준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물가와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로고프 교수는 “지금 세계는 전쟁과 탈세계화 등 냉전 시대와 비슷한 환경에 살고 있다”며 “여기에 포퓰리즘과 보호주의적 산업 정책까지 겹치면서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리는 엄청난 압력이 존재하고 있다”고 짚었다.

로고프 교수는 미국 대선과 상·하원 선거 결과에 따라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봤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미 정부 부채가 지목됐다. 그는 “만약 어느 한쪽이 대선과 상·하원까지 장악하는 대승을 거둔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훨씬 커질 것”이라며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감세를 원했고 민주당은 집권할 때마다 지출을 늘리고 싶어했기 때문에 어느 쪽이 이기든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만 부채 문제만큼은 포퓰리즘 정책 성향이 강한 민주당의 승리가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고프 교수는 “민주당은 (학자금 등) 많은 부분을 공짜로 제공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의 대승보다 민주당이 대승할 때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며 “이번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민주당 내 야당으로 불렸던) 조 맨친 의원의 제동으로 상원을 강력하게 장악하지 못했고 그 덕분에 수십조 달러의 추가 지출을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



로고프 교수는 미국 정부 부채의 증가가 달러의 위협이나 미 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현재로서는 정부 부채의 부작용이 금리와 물가 상승에만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는 “부채가 늘어나면 채권금리가 조정돼 상승할 것이고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하면 연준은 (금리 인상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수 있다”며 “결국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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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프 교수는 미중 관계 역시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고프 교수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견이 모아지는 단 한 가지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더 강경해지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라며 “안타까운 점은 미국 소비자들이 아직은 미국산 제품을 구매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 관계가 악화할수록 물가가 오르고 이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진단이다. 그는 “이 세상에서 중국 없이 우리가 어떻게 살 수 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며 대중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로고프 교수는 주요 대선 주자들이 실용적인 행보를 보이면 대중 관계 등에서 협상도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인적 성향은 충동적이고 불안정해 보일지 몰라도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보다 실용적이고 중도적”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경하다는 평판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과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그랬듯 중국과의 관계 개선 협상에 유리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서는 “그의 리더십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이념적이기보다는 실용주의적 정책을 기대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이념적이며 매우 패배적인 정책을 펼쳤다”고 비판한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로고프 교수는 내년에 들어설 새 행정부가 물가 상승 요인들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전 세계를 덮쳤던 인플레이션이 7년 내 재연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이에 따른 경제적 충격은 이번 인플레이션보다 더욱 클 것으로 봤다. 그는 “이번 인플레이션 주기에서는 높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별로 오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통화정책이 가능했다”며 “하지만 물가 충격이 또다시 나타난다면 인플레이션 기대는 커질 것이고 상황은 매우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어난 부채, 높아진 금리와 맞물려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

단기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론을 폈다. 로고프 교수는 1년 내 미국 경제의 흐름에 대해 연착륙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앞으로 12개월 이내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은 여전히 있지만 그 확률은 20%로 그다지 높지 않다”며 “경기 침체를 전망하던 많은 전문가들이 틀렸고 미국 경제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놀라울 정도로 강하다”고 강조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로고프 교수는 미국 경제의 70%를 떠받치는 소비 덕분이라고 판단했다. 소비가 늘면서 경제의 성장 궤도가 기존 예측 모델을 벗어났다는 의미다.

로고프 교수는 미국 중립금리 상승이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었던 숨은 공신이라고 봤다. 중립금리는 경제를 누르지도, 부양하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를 말한다. 현재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실질중립금리를 0.5~0.6%로 보고 있다. 현시점 약 3%인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가 3.6%보다 높다면 이론적으로 이는 경제를 누르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이런 추정이 맞다면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5.25~5.5%)는 상당히 제약적인 수준이 된다. 로코프 교수의 판단은 다르다. 현재 기준금리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실질중립금리는 연준이 추정하는 0.5%가 아니라 1.5%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적용하면 인플레이션을 3%라고 할 때 중립금리는 4.5%까지 높아진다. 그는 “지금의 기준금리는 중립금리보다 높지 않은 수준”이라며 “금리가 너무 높았기에 여러 전문가들이 침체를 전망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의 리스크로 꼽히는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서는 “큰 문제에 처해 있다”면서도 “관련 기업이 파산하는 등 안 좋은 상황이 올 수는 있지만 미국 경제를 무너뜨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강한 고용과 증시, 성장률 등 이를 만회하는 여러 요인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주식시장만 보더라도 경제 전체에서 주가 상승으로 벌어들인 돈이 상업용 부동산에서 잃은 돈을 훨씬 능가한다”고 덧붙였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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