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2분기 10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약진이 있었다. 31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2분기 확정 실적에 따르면 DS 부문의 영업이익은 6조 4500억 원으로 2022년 2분기(9조 9800억 원)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 제품 판매가 늘어나며 실적 반전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HBM 매출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생성형 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HBM 매출이 전 분기 대비 50% 중후반 수준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에 납품을 시작한 4세대 HBM3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 매출 성장폭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올 하반기 전체 HBM 매출이 상반기 대비 3.5배 넘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부사장은 현재 최선단 제품인 5세대 HBM3E의 엔비디아 납품 시기에 대해서는 “고객사와 계약 정보는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전체 HBM 중 HBM3E 매출 비중이 연내 60%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HBM3E에 대한 최대 고객이 엔비디아인 점을 감안하면 퀄(품질 검증) 마무리가 임박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삼성이 이르면 8월 중 엔비디아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HBM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평가 받는 6세대 HBM4는 예정대로 내년 하반기 출하를 목표로 개발을 이어간다.
고부가 메모리 제품 중심으로 판매가 늘면서 영업이익률도 개선됐다. 삼성전자 DS 부문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등을 제외한 메모리 부분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약 32% 안팎으로 SK하이닉스(33%)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 시장의 ‘업사이클’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들이 내년에 쓸 D램과 낸드 물량까지 계약을 요청하고 있다”며 “내년까지 시장 전반에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D램과 낸드에 대한 인위적 감산은 이미 종료됐지만 캐파(생산능력) 투자가 HBM 등 선단 제품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구세대 메모리 제품의 생산량이 감산 단계 수준에서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분기 삼성전자의 시설투자 금액은 전 분기 대비 8000억 원 늘어난 12조 1000억 원이며 이 금액 상당수가 HBM과 선단 D램 공정 전환 등에 투입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파운드리 사업부의 경우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5㎚(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선단 공정 중심으로 수주를 늘려 AI 고성능컴퓨팅(HPC) 고객이 전 분기 대비 2배 넘게 늘어나는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DS 부문의 전반적인 호조와 달리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부문은 2분기에 고전했다.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540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600만 대 줄었고 평균판매가격(ASP) 역시 279달러(약 38만 4000원)로 전년 동기(325달러)보다 낮아졌다. MX 부문의 영업이익 역시 2분기 2조 2300억 원으로 1분기(3조 5000억 원)에 비해 감소했다. 반도체 가격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 또한 스마트폰 이익 축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다만 7월 초 공개한 갤럭시 Z폴드6와 플립6, 갤럭시링 등으로 반전을 노릴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SDC)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판매 호조 등으로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기며 선전했다. 애플 등 주요 고객사들이 하반기 AI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생활 가전 시장에서는 AI를 적용한 신제품의 글로벌 판매를 확대해 리더십을 강화하는 한편 시스템에어컨과 빌트인 등 기업간거래(B2B) 매출 확대를 추진해가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한편 24일째 이어지고 있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주도 파업에 대해 “현재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은 전혀 발생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전삼노는 8월 5일이 되면 대표 교섭권 지위를 상실해 또다시 교섭 창구 단일화를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이 수개월이 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파업의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