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고] '초단기 날씨예보'의 기술 독립

장동언 기상청장

장동언 기상청장장동언 기상청장





‘여름 비는 쇠 잔등도 가른다’고 했다. 양팔 간격 정도 너비의 소 잔등에도 비 맞는 부위와 맞지 않는 부위가 있다 하니, 국지성이 강한 여름비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가 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쇠 잔등 가르는 여름비에 소도 떠내려 간다’라고 해야 할 만큼 강하게 많이 내린다는 것이다. 이번 장마철 전국에는 평년 강수량 342.1mm의 약 140%에 달하는 472.1mm의 비가 내렸다. 이는 1973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7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여름비의 강도도 세지고 있다. 2022년 기준 최근 50년 사이 시간당 강수량 50mm 이상의 ‘강한 호우 발생일수’도 연평균 12일에서 21일로 75% 증가했다. 특히 올 7월 들어 경기 파주, 경북 안동, 경북 상주 등에서는 관측 사상 최고 일강수량을 갱신하기도 했다.



문제는 집중호우가 워낙 국지적으로 편차가 크다 보니 지상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만으로는 전체 강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강한 비를 내리는 비구름대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호우 피해의 규모가 천차만별인데 수치모델이나 경험적인 분석을 통한 예측에도 아직 한계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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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집중호우가 기승을 부리는 오늘 날 기상레이더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기상레이더는 산악·해상과 같이 기상관측장비를 운영하기 어려운 지역을 포함해 전국의 강수실황을 균일하게 파악할 수 있다. 또 레이더가 관측한 실황자료를 바탕으로 비구름의 이동 패턴을 파악해 단시간에 강수 강도와 영역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예측할 수 있다.

기상청 ‘초단기 강수예보’의 초기 2시간 예보는 바로 이 기상레이더 기반의 ‘초단기 강수예측정보’를 전적으로 활용한다. 이 같은 방법은 수치모델을 활용할 때보다 계산 시간이 짧아 새로운 관측자료를 즉각 예측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에서 짧은 시간의 강수 예측에 기상레이더 자료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기상청은 여름철을 대비해 올 5월부터 ‘한국형 레이더 초단기 강수예측정보’의 대국민 서비스를 시작했다. 레이더 초단기 강수예측은 10년 이상 국외 기술에 의존해 왔는데, 최근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온전히 우리 기술로 생산한 ‘레이더 강수 영상’을 기상청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에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한국형 기술은 최근 강수량의 변화 경향, 비구름의 크기에 따라 차별화된 이동 특성 등을 고려해 전체 강수대의 움직임을 예측한다. 대기 중에서 발달하거나 쇠퇴하며 이동하는 강수대의 양상을 보다 자연스럽게 모의할 수 있도록 개발해 더욱 정확한 초단기 강수예측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기도 했다.

최근에야 종료된 올해 장마는 유독 변화무쌍했다. 집중호우를 동반한 거센 장맛비가 전국을 오르내리며 피해를 일으켰다. 군산에는 시간당 130mm가 넘는 강한 비가 쏟아졌는데 200년에 한 번 발생할 만한 현상이었다. 기후위기의 한복판에서 매년 여름을 국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기상청은 멈추지 않고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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