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일본 사람으로 태어나서 북한 사람으로 살았고 이제 남한 사람으로 죽어가고 있지.”
한 요양원에서 흙을 먹는 치매 환자 ‘묵 할머니’는 요앙사에게 자신의 부고를 써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요약하는 ‘여덟 단어’를 들려준다. 노예, 탈출 전문가, 살인자, 테러리스트, 스파이, 연인, 어머니. 요양사가 여덟 개가 아닌 일곱 개뿐이라고 묻자 묵 할머니는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비어 있는 숫자는 무엇이었을까. 1만8800원.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이미리내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