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 대비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1.7을 넘겼다고 합니다. 저출생 고령화 현상이 꾸준히 이어져 온 결과입니다. 인구 자연감소가 지속되면서 내국인 인구는 2년 연속 5000만 명을 밑돌았습니다. 다만 외국인 인구가 늘어 전체 인구는 소폭 증가했습니다.
사람만 늙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있는 주택의 절반 이상은 지어진 지 20년 넘은 노후 주택입니다.
4일 통계청의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는 5177만 명으로 2022년보다 8만 명(0.2%) 늘어났습니다. 이 중 내국인이 4984만 명, 외국인이 193만 5000명입니다. 내국인 수는 5000만 명이 안 됐지만 2022년 175만 2000명이던 외국인 수가 18만 3000명(10.4%) 늘어나면서 총인구는 증가했습니다. 총인구가 커진 것은 2020년 이후 3년 만의 일입니다.
외국인 인구가 대폭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종식에 따른 기저효과로 풀이됩니다. 코로나19 당시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 법무부가 고용허가제 인원을 확대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외국인 인구는 2015년 136만 4000명에서 2019년 177만 9000명까지 늘었으나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 169만 6000명, 2021년 165만 명으로 줄어듭니다. 이후 2022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전환해 2023년에는 역대 최대치인 193만 5000명이 됩니다.
통계청은 인구주택총조사를 할 때 우리나라에서 3개월 이상 체류했거나 3개월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입국한 이들을 ‘외국인’으로 분류해 조사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체류 중인 외국인 중 가장 많은 것은 한국계 중국인(53만 2000명)입니다. 그 뒤로는 베트남인(24만 7000명), 중국인(22만 1000명) 순으로 중국인과 베트남인이 전체 외국인의 절반 이상(51.6%)입니다.
이후로는 태국(19만 1000명), 우즈베키스탄(7만 7000명), 네팔(5만 9000명), 캄보디아(5만 4000명), 필리핀(5만 3000명), 인도네시아(5만 1000명) 등 아시아계가 외국인의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시아가 아닌 나라 중에서는 미국인(4만 8000명)이 가장 많았습니다.
전체 인구를 살펴보면 고령화 양상이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유소년 인구(15세 미만) 100명당 고령 인구(65세 이상)를 보여주는 ‘노령화지수’는 2023년 171로 전년 대비 14.9명 늘었습니다. 2016년(100.1) 처음 100을 넘긴 이후 7년 만에 70% 증가했습니다. 2016년에는 유소년 인구와 고령 인구수가 같았는데 지난해에는 고령 인구가 유소년 인구의 1.7배에 달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2022년과 비교해 보면 2023년 유소년 인구는 586만 명에서 562만 명으로 24만 명 쪼그라들었습니다. 반면 고령 인구는 915만 명에서 961만 명으로 46만 명 급증했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주민등록상 고령 인구는 지난달에 이미 1000만 명을 넘겼습니다.
이에 생산연령인구(15세 이상 64세 이하)도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2023년 생산연령인구는 총 365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70.6%를 차지했습니다. 2022년(3669만 명)에 비해 14만 명 줄었습니다. 생산연령인구는 2018년 정점(3763만 2000명)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고령화의 정도는 지역별로 크게 차이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노령화지수가 가장 높은 곳은 대구 군위군(1033.8)으로 수치가 1000을 넘겼습니다. 고령 인구의 수가 유소년 인구의 10배 이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노령화지수가 1000 이상인 곳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경북 의성군(883.5)이나 경남 합천군(795.5), 경북 청도군(779.2)에서도 노령화지수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광역시 내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부산 중구(733.2)의 노령화지수가 가장 높았습니다.
반면 전국 229개 시군구 중 18곳은 유소년 인구가 고령인구보다 많았습니다. 특히 세종시의 노령화지수는 57.9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경기 화성시(61.7), 인천 연수구(80.8)에서도 노령화지수는 낮았습니다. 수치가 가장 높은 대구 군위군과 가장 낮은 세종시를 비교하면 그 격차가 18배에 달합니다.
한편 국내 총 주택 1954만 6000호 중 53.7%인 1049만 5000호가 노후 주택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990년대에 지어진 주택이 전체 주택의 27.6%(539만 1000호)로 가장 많은데 이 주택들이 모두 노후주택으로 분류된 탓입니다. 90년대에 지어진 주택의 대부분은 아파트(373만 2000호)로 전국 전체 아파트의 29.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당시 서울 인근에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1기 신도시가 본격 조성된 영향입니다. 1989년 이전에 만들어진 주택은 총 312만 2000호로 총 주택 수의 1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주택의 25.8%인 504만 5000호는 지어진 지 30년 넘은 오래된 주택입니다.
고령화와 도심공동화 현상 탓에 빈집도 크게 늘었습니다. 2023년 11월 1일 기준 미거주 주택(빈집)은 153만 5000호 입니다. 2022년 대비 8만 300호(5.7%) 늘었습니다. 전제 주택 중 빈집이 차지하는 비율도 7.9%로 2022년에 비해 0.3%포인트 높아졌습니다. 빈집 수는 2015년 조사에서 처음 100만 호를 넘긴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집일수록 빈집일 확률이 높았습니다. 1989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 의 14.8%인 46만 8000호가 빈집이었습니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지방 농촌 지역에서 빈집 비율이 높게 조사됐습니다. 건축년도 30년 이상 주택 중 빈집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7만 1000호, 8.6%)였습니다. 그 뒤로는 경북(7만 3000호, 6.6%), 전북(4만 8000호, 6.3%) 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