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기고]체코 원전 선정의 비결과 과제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안전성 등 기술 경쟁력과 더불어

정부의 총력지원 덕에 수주 따내

산업구조 최적화·인력 양성 시급

수출지원 특별법 제정도 추진을





최근 몇 달 사이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집트·영국의 원자력발전소에 다녀왔다. 살인적인 더위와 모래바람을 이겨내고 원전 4기를 번듯하게 세운 UAE 바라카 현장은 감동 그 자체였다. 환경이 가혹한 이집트 엘다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엘다바에 지어지는 러시아산 원전과 영국 동부 바닷가에서 운영 중인 원전을 보며 우리 원전의 공간 배치 효율성과 작업자 편의성이 얼마나 우수한가를 새삼 깨달았다.

우리 원전의 경쟁력은 설계 표준화와 반복 건설을 통해 얻었다. 우리나라는 1980~1990년대 한국 표준형 원전을 개발하고 이 원전을 반복 건설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원전 산업계는 건설 경험을 쌓고 기기 제작·조달 능력을 키웠다. 이는 원전 건설공사 기간 단축으로 이어졌다. 원전 건설이 하루 지연되면 수십억 원의 손실이 난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 원전은 안전성뿐 경제성까지 갖췄다. 세계원자력협회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 원전의 건설 단가(㎾당 3571달러)는 프랑스(7931달러)의 절반에 불과하다.



하지만 원전 사업 수주는 국가 총력전이다. UAE와 체코도 그렇지만 원전 사업의 수주는 원전 자체 경쟁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러시아가 우리보다 원전 성능이 뛰어나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게 아니다. 자금 조달 능력이 비결이다. 원전 1기 건설에 우리 돈 10조 원 내외가 든다. 그러다 보니 재정이 취약한 나라에 러시아의 자금 지원은 거부하기 힘든 조건이다.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우리가 고전한 것은 프랑스의 외교력 때문이었다. 이를 우리 정부의 총력 지원으로 돌파한 것이다.

관련기사



이제 흥분을 가라앉히고 우리 원전 산업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 원전이 계속 수출돼 국가 경제를 이끄는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첫째, 우리 원전 산업의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우리 원전 산업은 국내에서 원전을 2~3년마다 건설하는 것을 지원하는 데 최적화된 구조다. 체코를 비롯해 더 많은 나라에 원전을 수출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한꺼번에 소화할 수 있는 원전 설계, 기기 제작 및 건설 역량을 갖춰야 한다. 우리 원전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산업구조를 찾아내고 이에 맞춰 구조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지역을 나눠 원전 사업 수주 활동을 하는 현재의 원전 수출 추진 체계도 개편해야 한다.

둘째, 우리 원전 산업의 인적·기술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원전 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우수 인력과 기술이다. 2022년 현재 우리나라의 원자력 산업 분야 인력은 3만 5649명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원자력계는 정치적 이유로 신진 인력의 유입은 줄고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은퇴가 임박한 상황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기존 규정과 틀에 얽매이지 않은 획기적인 인력 수급 대책이 시급하다. 아울러 각 나라의 환경과 요구에 맞춘 원전 상품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 시장을 예측하고 이에 맞춘 신형 원전 개발과 실증이 선행돼야 한다.

셋째, 원전 수출 지원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제기된 문제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탈원전 재개 여부였다고 한다. 탈원전 정책이 재개돼 우리 원전 산업계가 붕괴하면 체코는 원전에 필요한 기술과 서비스를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이번 쾌거의 밑바탕에는 정부의 총력 지원이 있었다. 원전의 지속적인 수출을 위해서는 이러한 총력 지원 체계의 상시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우려와 필요의 해결책이 바로 원전 수출 지원 특별법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