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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증시에…VC·사모펀드 자금회수 '딜레마' [시그널]

■보유 지분 팔자니

공모주 한파에 시총 대폭 줄면서

보호예수 끝났지만 엑시트 못해

■매각 더 미루자니

기관서 투자금 압박까지 이중고

세컨더리 시장 출구 모색하기도





기업공개(IPO)를 주요 자금 회수의 수단으로 삼는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F)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과열됐던 공모주 열기가 꺼진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등 변동성이 커지면서 회수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투자 기업의 상장이나 상장 후 보호예수로 묶여 있던 주식 매각을 추진하던 VC와 사모펀드들이 회수 시점을 대폭 조정하고 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을 주요 상장처로 삼는 VC들의 고심이 깊어졌다.

VC가 투자한 기업 중 올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케이웨더(068100)엔젤로보틱스(455900)디앤디파마텍(347850)민테크(452200) △그리드위드 △이노스페이스(462350) 등이다. 이들 중 대부분 기업의 보호예수 기간이 1개월·2개월로 짧아 VC들이 이미 보유 주식을 매각해도 되는 상황이지만 쉽게 회수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망설이는 사이 코스닥지수가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은 대폭 쪼그라들었다. 인터베스트·LB인베스트먼트(309960)·마그나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한 바이오 기업 디앤디파마텍은 상장 전 6000억 원에 달했던 몸값이 3500억 원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공모가 기준 2300억 원 수준이었던 민테크의 시가총액도 현재 1400억 원대에 불과하다.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회수 결정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게 업계의 주된 평가다. VC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같은 변동성 장세에서 보호예수 기간이 지난 기업 주식을 들고 있는 운용사들로서는 투자금 회수를 재촉하는 기관투자가(LP)들의 압박까지 더해져 골치 아픈 상황에 놓여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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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첫날 ‘따따블(공모가의 4배)’을 기록하는 종목들이 쏟아지며 과열 우려까지 제기됐던 공모주 시장 열기도 식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장한 35개 기업 중 25개(71%)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냉랭해진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달 뱅크웨어글로벌은 올해 처음 희망밴드 하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하기도 했다.

상장사에 투자한 PE 운용사들 역시 증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상장사의 경우 증시 변동성이 커질수록 적정 기업가치를 책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PE 운용사들이 상장사 투자를 꺼려하고 상장사를 인수하더라도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VC의 경우 대부분의 투자금 회수 수단이 장외 매각(블록딜)이나 IPO로 한정된 상황에서 최근과 같은 증시 환경은 벤처 업계의 자금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국내 VC들의 회수 유형은 장외 매각이 50.2%, IPO가 32.3%로 시장 의존도가 매우 높다.

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자 상장 전 중도에 회수가 가능한 세컨더리펀드 시장으로 출구를 찾는 분위기도 나온다. 세컨더리펀드는 스타트업 등에 투자한 VC의 보유 지분을 사들여 수익을 내는 펀드로, 시일이 걸리는 IPO보다 원활하고 빠르게 거래할 수 있다.

그동안 세컨더리펀드는 PE 운용사의 전유물이었지만 최근에는 VC 업계에서도 활성화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까지 VC가 결정한 신규 세컨더리펀드는 25건, 결성 총액은 5526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기 만에 지난해 연간 결성 건수(26건) 및 결성 총액(5549억 원)과 비슷한 수준에 이른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중간 회수 시장이 보다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금 회수가 막히면 신규 투자도 어려워진다”며 “만기를 앞둔 펀드 물량을 IPO만으로 정리하기에는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운영사들의 세컨더리펀드 결성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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