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 투자 시장은 최근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글로벌 정세와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따라 얼어붙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는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투자 금액이 늘어나는 등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최근 증시 등락과 중동 전쟁 리스크에 따라 하반기 흐름을 가늠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꾸준한 모태펀드 공급과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유입, 규제·세제 개편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7일 서울경제신문이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등 전문가 4인을 서면으로 인터뷰한 결과 이들 대부분은 최근 글로벌 거시경제 변동성 확대에 따른 국내 혁신 생태계의 위축을 우려했다.
김 대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변동성 장도 주요 변수”라며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늘더라도 변동성 확대에 따라 투자 기관이 자금을 보수적으로 집행하면 벤처 투자는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증가하더라도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요 출자자(LP)인 금융기관이 지갑을 닫으면 투자 기관(GP) 운용 자금이 줄어 효과가 상쇄된다는 것이다. 한 의장은 ”투자 혹한기를 지났더니 스태그플레이션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 하반기 소비자 구매력 감소, 운영 비용 증가, 투자 감소로 스타트업 업계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구조적 리스크를 강조하는 의견도 있었다. 윤 회장은 “미·중 무역 분쟁에 따라 더 이상 장기간 저물가가 지속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세계적으로 물가와 금리가 최소 중간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이 ‘뉴노멀’이 되면 투자 비용, 인건비도 덩달아 늘어 생태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의 걸림돌이 돼온 각종 규제·세제 정비와 투자 회복 흐름을 이어나갈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센터장은 “정부가 모태펀드 예산으로 공급해주는 자금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여기에 글로벌 VC가 유입돼 벤처 투자 유동성이 늘어난다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의장은 “정부가 규제 개선, 세제 혜택, 자금 지원, 직역 갈등 해소 등 유인책을 제시해야 스타트업 업계가 성장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