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기업이나 공사 현장 근로자, 외지인이 차량을 타고 지나가며 몰래 쓰레기를 버린 거죠.”
8일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위치한 DN솔루션즈의 ‘글로벌 유닛 첨단 제조센터’ 예정 부지. 방치된 폐기물과 쓰레기 때문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대리석과 콘크리트, 녹슨 철근, 부러진 나무자재 등 건설 폐자재를 비롯해 건축용 석재 마감재·합성엔진오일 용기까지 무분별하게 버려져 있었다.
찢어진 고무 대야와 이불, 매트리스, 의자, 변기 등도 널브러져 있었고 방치된 풀숲 곳곳에는 유아 탑승 자동차 완구를 포함한 쓰레기가 흩어져 있었다. 특히 인도와 접한 1m 높이의 경계 펜스 주변은 쓰레기 무단 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인근 공장 관계자는 “인적이 드문 곳이라 오랜 시간 방치되다 보니 더 많은 쓰레기가 버려지는 것 같다”며 “관계 당국이 관리 감독에 소홀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초 계획했던 토지 계약과 7월 착공이 미뤄졌다. 부산도시공사의 폐기물과 쓰레기 처리 예산 확보 등의 행정 절차에 시일이 소요된 탓이다. 국내 1위, 세계 3위 공작기계 제조기업으로 알려진 이 기업은 지난 2월 부산시와 맺은 협약에 따라 1076억 원을 투자해 공작기계의 고정밀 핵심부품을 전문 제조하는 최첨단 생산 기지를 내년 6월 말까지 건립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쓰레기 더미 탓에 착공이 연기되면서 연구개발, 생산, 경영지원 등 제조센터에서 근무할 300여 명에 달하는 신규 채용 절차도 늦춰지게 됐다.
쓰레기를 마구 투척하는 미성숙한 시민 의식뿐 아니라 미온적이고 뒤늦은 행정적 대응도 투자가 늦어지게 된 원인 중 하나다. 부산시가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점을 미뤄보면 더욱 아쉬움이 크다. 앞서 부산시는 경남 창원에 위치한 본사를 방문해 투자 계획을 설명하고 맞춤형 입지를 제안하는 등의 끈질긴 노력을 기울여 이번 투자를 유치했으나, 정작 쓰레기 투기 방지는 하지 않았다.
첨단 제조센터에 대한 건축 인·허가 등 빠른 행정적 지원을 약속했던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을 비롯해 지난 3월 해당 기업과 입주 계약을 맺고 육성지원 사업에 나서려 했던 부산연구개발특구본부도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부산도시공사의 계획대로 라면 이르면 9월 중 부지 정리에 들어가 올해 안으로 토지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하지만 적어도 당초 계획보다 8개월 이상 늦어진 셈이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처리해야 할 물량 등을 산출하고 있다”며 “관련 예산은 최근 추경을 통해 확보한 상태로, 이른 시일 내 문제 해결을 위한 입찰을 발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기업 측과 상황을 공유하며 원활한 투자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며 “올해 안으로 토지 매매 계약을 맺어 사업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부지 외에도 국제산업물류도시 내 일부 부지에는 생활 쓰레기와 폐기물이 뒤엉켜 있거나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입주업체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지저분한 상태로 방치되면 국제산업물류도시의 이미지가 훼손될 게 뻔하다”면서 “부산시가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해서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