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해도 상부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만 정상 작동하면 화재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에 대한 일률적 규제보다는 소방 방재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화재소방학회가 4월 발행한 ‘지하 주차장 내 전기자동차 화재의 소방시설 적응성 분석을 위한 실규모 소화 실험’ 논문지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에 대한 스프링클러의 차단 능력이 입증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연구용역을 수행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은 해당 논문에서 “최근 국제 환경 문제 심화와 국내 친환경 정책 등으로 전기차 비중이 증가해 2023년 말 전기차 등록 대수는 누적 54만 대에 달하며 전년 대비 39.5% 급증했다”며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는 폭발 위험성이 높아 화재 전이 속도가 빠르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건축물에 적용된 소방시설 조건을 고려한 실규모 전기차 화재 적응성 평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차량의 리튬배터리 온도가 순간 1000도까지 오르는 ‘열폭주 현상’ 때문에 진화에 걸리는 시간이 일반 차량에 비해 10배가량 더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KCL이 수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부 스프링클러와 하부 소화 시스템을 추가 설치했을 때 배터리의 열폭주를 약 5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화재가 옆 차량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데는 상부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했을 때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기차 화재시 열폭주 차량의 우측 도어 측정 온도는 219.2도까지 상승한다. 하지만 상부에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후 인접 차량의 앞문과 뒷문 온도가 80도 이하, 인접 하부 차량의 온도는 38.1도 이하로 내려갔다. 해당 온도에서는 열폭주 발생 가능한 온도에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상부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해도 인접 차량으로 화재가 확산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실험 결과가 나온 것이다. KCL은 인접 차량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스프링클러의 조기 개방을 위한 소화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주차장 스프링클러 설비의 효용성을 검증한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전기차 화재 진압 전용 장비가 지하 주차장에 잘 갖춰지도록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명기 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인접 차량 등으로의 화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격벽 시설을 설치하고 지하 주차장에 (조립식) 침수조가 갖춰지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