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자신을 부축해준 시민을 되레 폭행 가해자로 신고한 80대가 항소심에서도 무고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광주지법 형사4부(정영하 부장판사)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87)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양형부당을 주장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11월 24일 오전 10시6분쯤 광주 동구의 한 주차장에서 40대 남성 B씨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했다. A씨는 경찰 조사 당시 "B씨가 주차장을 걸어가는 나한테 경적을 울리고는 차에서 내리더니 멱살을 잡고 뒤로 밀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건 장소 폐쇄(CC)TV를 확인한 결과 B씨는 외려 넘어지려고 하는 A씨의 팔을 잡아줬으며, 멱살을 잡는 등의 폭행은 하지 않았다. 결국 거짓 신고한 게 드러난 A씨는 무고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심지어 A씨는 경찰의 B씨에 대한 무혐의 결정에 반발해 이의 신청했고, B씨는 경찰조사에 이어 검찰 조사까지 받아야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행히 현장에 CCTV가 설치돼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긴 했으나, 자칫하면 B씨가 억울한 처벌을 받을 수 있었다"며 "A씨의 중증 장애가 범행에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