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열심히 산 죄 밖엔"…'피해자연합', 35도 불볕더위 속 '티메프' 규탄 나서

티메프 피해자들, 13일 티몬 사옥에서

'피해자연합' 발대하고 규탄 집회 나서

현장 상황 반영 못한 정부 대책 줄비판

구영배 대표 등 관계자 구속수사 촉구

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사옥 앞에서 열린 피해자 ‘검은 우산’ 집회 현장에 피해 구제를 촉구하는 피켓이 서있다. 이승령 기자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사옥 앞에서 열린 피해자 ‘검은 우산’ 집회 현장에 피해 구제를 촉구하는 피켓이 서있다. 이승령 기자




“열심히 살기 위해 몸부림친 것 밖에 없습니다.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의 손길을 주십시오."



‘티메프’ 발 대규모 대금정산 지연 사태의 피해 판매자·소비자들이 ‘피해자 연합’을 발대하고 구영배 큐텐 대표 등 티메프 경영진에 대한 구속 수사와 실효적인 피해자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티메프 피해자 연합은 13일 오전 11시 15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사옥 앞에서 피해 판매자와 소비자들의 연합체 발대식 및 ‘검은 우산’ 집회를 개최했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과 피해자들이 연대한 첫 집회다.

주정연 피해 소비자 대표는 “그동안 피해 판매자와 소비자들 사이에 온도 차이가 존재했다"면서 “이제는 큐텐이 이 사태를 낳았고 당국의 대처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공감대 속에서 소비자들과 피해자들이 연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사옥 앞에서 피해자들이 검은 우산을 든 채로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승령 기자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사옥 앞에서 피해자들이 검은 우산을 든 채로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승령 기자


이날 검은 우산 집회에 참석한 피해 소비자·판매자들은 정부의 지원 정책이 현장의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출 조건이 까다롭고 6%에 육박하는 고금리와 짧은 거치 기간 등 빚더미에 앉은 판매자들의 현실을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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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피해 판매자 A 씨는 “우리는 농산물 판매 업체인데 이윤이 남아봐야 얼마나 남겠냐”면서 “우리가 무슨 건설업체도 아니고 유보금 20%를 요구한 티몬 때문에 빚이 1억 원이 넘는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전화가 와서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이 1800만 원이라고 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피해 금액이 30억 원이 넘는다고 설명한 전자제품 판매업자 B 씨는 “대출 조건도 너무 까다롭고 심사 기간도 긴데 중진공(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대출은 지난 9일에 열린 후 하루 이틀 만에 자금이 다 떨어졌다고 한다"며 “대출 규모를 늘리는 등 당장 피해자들이 갚아야 하는 돈은 갚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사옥 앞에서 열린 피해자 집회에 티메프를 규탄하는 문구가 부착된 검은 우산이 놓여있다. 이승령 기자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사옥 앞에서 열린 피해자 집회에 티메프를 규탄하는 문구가 부착된 검은 우산이 놓여있다. 이승령 기자


이날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간 무더위 속에서도 검은 옷을 입고 검은 우산을 쓴 채로 집회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마이크를 잡은 발표자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었다.

900만 원가량의 여행 상품 피해를 본 박광록(65)씨는 “티몬 말고도 많은 전자상거래 업체가 있고 이들이 우리 생활 속에 이미 들어와 있는 만큼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사태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고 소액 피해자뿐만 아니라 거액을 피해 본 사람들에 대해서도 빨리 구제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빚은 티몬·위메프 측과 채권단 측이 첫 회생절차협의회를 개최한다. 티몬·위메프는 전날인 12일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에 자구안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티몬·위메프는 자구안을 통해 내년 말 정상화를 목표로 2000억 원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 이미 신뢰를 잃은 티메프가 투자를 받을 수 있을 지 미지수고, 11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채권자들이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합의에 찬성할 가능성도 낮은 만큼 미정산금 해결에 난항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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