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003550)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AI·바이오·클린테크(ABC) 분야에 2년간 4000억 원 이상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광모 LG 회장 취임 이후 해당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며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LG가 공시한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LG는 2년간 ABC 분야에 대한 투자를 빠른 속도로 늘려 가고 있다. LG는 지난해 글로벌 3대 테크 사모펀드 운용사로 꼽히는 비스타에퀴티파트너스 펀드에 1300억 원을 투자한 데 이어 4월에도 360억 원을 추가 투입했다. 6월에는 클린테크와 헬스케어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갖춘 제너럴애틀랜틱 펀드에 760억 원을 투자했다.
첨단기술을 보유한 유망 기업 발굴도 이어졌다. LG는 4월 AI와 합성 생물학을 결합해 차세대 단백질 치료제를 개발하는 영국 랩지니어스에 34억 원을 투자했다. 해당 회사는 공학에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하기 위해 단백질 공학, 로봇 자동화 전문가 풀을 갖추고 있어 향후 LG 계열사와의 협업도 기대된다.
비슷한 시기 AI 데이터 플랫폼 기업인 바스트데이터에도 두 번에 걸쳐 1300억 원을 투자했다. 이 기업은 차세대 AI 클라우드 구축에 필요한 데이터 인프라를 제공하는 곳으로 미국 에너지부나 공군을 비롯해 버라이즌·픽사 등 글로벌 유력 기관과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해 10월에는 단백질 구조를 분석해 신약을 개발하는 갤럭스에도 20억 원을 투자했다.
기업형벤처캐피털(CVC)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한 투자도 지속되고 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1분기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스타트업 피규어AI, 2분기에는 북미 지역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리인더스트리, 헬스케어 데이터 분석 플랫폼 기업 에티온 등에 투자했다. 7월 누적 기준 투자한 ABC 분야 스타트업은 10곳에 달한다. 앞서 구 회장은 6월 미국 출장에서 LG테크놀로지벤처스와 LG전자 북미 이노베이션센터를 찾아 미래 준비를 위한 스타트업 투자·육성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LG는 투자한 스타트업과 LG 계열사 간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와 LG화학 자회사인 아베오의 경우 에티온의 플랫폼을 활용해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에티온의 ‘실사용 증거’ 기술 솔루션 제품은 의료 현장과 웨어러블 기기 등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종합해 임상 과정에서의 안전성과 유효성과 관련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리인더스트리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이 2026년부터 가동하는 미국 애리조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 공장 폐기물 처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