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쓰러진 아들 사진 찍어 보낸 뒤 병원 데려가라니"…폭염 속 숨진 청년노동자 유족, 진상규명 촉구

지난 13일 에어컨 설치 작업 중 쓰러져

유족 “신고 대신 가족에게 사진 찍어 보내”

“명백한 인재…진상규명·근로감독 촉구”

19일 오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광주·전남 노동 안전보건 지킴이 관계자·에어컨을 설치하다가 폭염에 쓰러져 숨진 20대 노동자의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19일 오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광주·전남 노동 안전보건 지킴이 관계자·에어컨을 설치하다가 폭염에 쓰러져 숨진 20대 노동자의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섭씨 34도가 넘는 폭염 속에 에어컨을 설치하다가 쓰러져 숨진 20대 청년 노동자 고(故) 양준혁 씨의 유족이 사망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고인의 어머니 신우정 씨는 19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광주·전남 노동 안전보건 지킴이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고 당일 씩씩하게 인사하고 출근한 아들이 돌연 사망한 사고를 조사해 책임자들을 처벌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이송된 아들의 두 발은 불에 익은 것처럼 까맣게 변해있었다”며 “사인을 밝히기 위해 27살 아들의 장례도 며칠째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13일 전남 장성군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동료 근로자 2명과 에어컨 설치 작업을 하던 고인은 갑자기 구토·어지럼증 등 열사병 증상을 보였다. 고인은 소방 당국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치료 도중 당일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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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은 매달 정기적으로 친구들과 운동할 정도로 건강한 고인이 사망한 것은 현장에서 적절한 구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작업장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고인은 당일 오후 4시50분께 쓰러졌는데, 회사 관계자 신고는 40분 뒤인 오후 5시30분께 이뤄졌다.

고인이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어도 회사 관계자들은 신고 대신 가족에게 연락해 “아들의 상태가 이상하니 데려가라”는 연락을 했다고 유족 측은 전했다.

어머니 신 씨는 “회사 관계자들이 즉시 신고했다면 아들은 살 수도 있었다”며 “쓰러져 있는 아들의 모습을 사진 찍어 가족에게 보낸 뒤 병원에 데려가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아들의 사망 사고는 명백한 인재로 발생한 것”이라며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진상을 밝혀내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규탄했다.

사측은 이러한 유족 주장에 대해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현재 조사 중인 당국에 적극 협조하고 필요한 조치를 다 하겠다”고 밝혔다.


문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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