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갑작스럽게 고조되며 크게 휘둘렸던 금융 시장이 조금 진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도한 단기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요인도 있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관계자들의 발언 등으로 조금 완화된 것이 주된 이유다.
하지만 여전히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나 불안은 금융 시장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시장에 반영된 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보면 패닉에 휩싸였던 주처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당연히 ‘빅스텝’을 기대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여전히 0.25%P 정도는 기대하고 있고 향후 금리 인하 폭 역시 연말까지 75~100bp(1bp=0.01%), 내년 상반기까지는 175bp 정도로 가파르게 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돼 있다.
최근 금융 시장의 발작을 차치하고라도 미 연준 금리 인하가 임박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직 미국 물가지표가 목표보다 높기는 하지만 인플레이션 안정에 대한 기대를 유지하는데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준 금리 인하 속도와 기울기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빠르고 가파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참고할 수 있는 것은 분기마다 발표하는 연준 점도표다. 가장 최근 점도표는 지난 6월 FOMC에서 발표한 것으로 올해와 내년 말 점도표 중간 값은 각각 5.125%와 4.125%다. 올해 중에 1~2회 인하하고 내년 말까지 150bp(6회)정도 인하하는 정도의 기울기다.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2.1%와 2.0%를 가정하고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연준에서 내놓은 금리 모형과 전망치를 이용하는 것이다. 연준은 여러가지 모형을 통해 자연이자율이나 중립금리를 제공한다. 이 금리가 전망은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 적정금리를 의미하는 만큼 향후 정책 금리가 수렴해갈 수준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뉴욕 연준의 명목 자연이자율 전망치를 보면 올해 말은 5.16% 수준이고 내년 6월 말은 4.31%, 내년 말은 3.90%로 나타난다. 현재 시장에 형성돼 있는 기대치와 연준 전망치들을 비교해 보면 시장 기대가 50~100bp정도 낮게 형성돼 있다.
가파른 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채권 트레이더의 낙관적 편향도 있겠지만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샴의 법칙’에서 보듯 경기침체 가능성을 금리 인하의 명분으로 끌어오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울러 연준의 금리인하 경로에 대한 판단이나 금리결정이 시장 기대 쪽으로 빠르게 변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미 연준의 정책 결정이 이번 팬데믹 국면에서 전망에 기반한(Time-based) 대응에서 결과 기반(outcome-based) 대응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침체 우려를 바로 통화정책결정에 반영하기보다는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기까지 판단을 미룰 가능성이 크다.
연준이 시사하는 금리 경로와 괴리가 크게 벌어지는 시장의 기대를 경계하는 것은 향후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장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시장의 과잉반응을 촉발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당장 다음 달 예정된 9월 FOMC를 놓고 보더라도 큰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연준이 어떤 결정을 하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빅스텝’에 대한 기대가 커져 있는 상황인데 기대보다 금리 인하 폭이 적다면 시장 참여자들은 실망할 것이고 만약 시장 기대를 충족시킨다면 시장 우려에 연준이 동조하는 것으로 비춰져 경기침체 우려를 더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