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자영업 예산 지원 확대, 연명 아닌 구조 개혁에 초점 맞춰라


정부가 자영업에 대한 기금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짜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재기를 돕는 ‘새출발기금’ 규모를 기존 계획인 30조 원에서 40조 원 이상으로 늘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1조 2000억 원가량의 재정이 더 필요하다. 주로 대출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개인 사업자의 분할 상환 전환이나 금리 감면 등을 돕는 데 쓰이게 된다. 내수 둔화, 고금리, 고물가의 삼중고를 겪는 영세 사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어려움에 처한 영세 자영업자들을 돕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자영업 위기의 구조적 원인을 해소하지 않고 응급 처방으로 혈세만 쏟아붓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칠 수 있다.



자영업의 근본적 문제는 ‘묻지 마’식 창업으로 인한 시장 과포화다. 창업자 중 사업 노하우와 창업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을 받아 성급하게 개업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러니 2023년도 취업자 중에서 자영업자 비율이 23.2%에 이른 것이다. 독일(8.4%), 일본(9.5%), 프랑스(12.9%) 등 해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자영업자 비중이 과도하다. 특히 치킨집·카페·편의점·모텔 등 특정 업종으로 쏠림이 심해 경쟁 과열, 수익 부진이 심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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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구조적 요인을 방치한 채 한계 사업장들에 국민 혈세를 부어 잠시 연명시키는 정책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이제는 구조 개혁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중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해 자영업 체질 개선과 산업구조 선진화를 유도해야 한다. 재정을 무차별적으로 풀기보다는 옥석을 구분해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사업장에 선별적으로 공급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금 수혈을 해도 재기하기 힘든 사업주는 출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신용 불량 및 빈곤에 빠지지 않도록 채무 조정을 병행하면서 맞춤형 직업교육, 일자리 알선 등을 통해 취업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들이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적극 고용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화, 규제 혁파 등의 복합 처방으로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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