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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어려운데 펀딩 가뭄까지…VC업계 양극화 심화 [시그널]

공모주 열기 식고 스타트업 혹한기

"투자회수 어렵다" 기관 출자 소극적

공무원연금 올 중단…금융사도 축소

대형 운용사에 LP 자금 배정 집중

중소형 업체는 경영난에 폐업 속출





벤처캐피털(VC)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기관출자가(LP)와 금융사들이 올해 아예 출자의 문을 닫거나 규모를 대폭 줄이는 곳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공모주 시장 열기가 식고 증시 변동성이 심화되면서 VC의 자금 회수가 까다로워진 상황에서 이미 투자한 스타트업들이 폐업하는 등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어서다. 정기 위탁운용사 선정 공모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에 있는 대형 운용사와 그렇지 못한 중·소형사들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와 공무원연금은 올해 VC 부문 출자사업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VC 시장이 침체를 겪는 상황에서 보수적인 출자 계획을 세운 것이다. 기관의 한 출자 담당자는 "VC 업계가 어려운 것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반적 분위기"라며 "IPO(기업공개) 등을 통한 투자회수가 어렵다 보니 수익률이 좋지 않아 추가 출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국민연금과 과학기술공제회와 노란우산공제회 등이 하반기 VC 출자 공모를 준비하고 있어 운용사의 자금 모집에 숨통을 틔워줄 전망이다. 다만 이미 투자 이력이 검증된 대형 운용사들 위주로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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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 선정은 대체로 운용사의 '체급'을 고려해 대형과 중·소형 리그가 나뉘어 진행하지만 운용 자산(AUM) 규모가 아닌 펀드 결성 규모로 리그를 나눈 곳들이 있어 실제 중·소형 운용사들이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IMM인베스트먼트와 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 등 전통의 강호들이 수천억 원대 펀드를 결성 중이어서 하반기 출자 공모에서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민간에서 펀딩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그동안 VC펀드에 공격적으로 출자해오던 보험, 캐피탈사들도 올들어 출자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바젤3 도입으로 금융지주의 보통주 자본(CET1)관리가 중요해졌는데 벤처펀드 투자는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가 높아 자기자본비율(BIS)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펀드 모집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VC의 실적 악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긴축 여파로 스타트업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VC가 운용하는 벤처투자조합의 지분법 이익도 함께 줄어든 탓이다. 올 상반기 상장된 VC 12곳 중 실적이 개선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LP 자금이 대형 운용사로 집중되는 상황에서 경영난까지 가중되자 폐업하는 VC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VC와 같은 창업투자회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이상 투자하지 않을 경우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는다. 이후에도 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고와 업무정치 등을 거쳐 최종 등록이 취소된다. 올해 상반기에만 루트벤처스·IDG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이랜드벤처스·예원파트너스 등이 VC 면허를 반납했다.

신규 등록 VC 수도 급감하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창투사 라이선스를 신규 발급받은 VC는 5곳에 그친다. 신설 VC는 △2020년 20곳 △2021년 38곳 △2022년 42곳으로 매년 증가세를 유지하다 지난해(19곳)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박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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