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무색무취 불화수소 발생…호흡기에 치명적"

■전기차 배터리 화재의 진실

오기용 한양대 교수 "실시간 감지"

배터리 온도 등 AI예측기술 개발

화재 폭발력 커 특수냉각액 필요

현대차 "완충해도 화재 안 난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주로 사용하는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전기차 공포증(포비아)이 확산되고 있다. 전기차 화재는 주로 충돌이나 제조 불량으로 인한 내부 분리막 훼손으로 양극과 음극 간 전류가 흘러 열이 발생하며 시작된다. 이 때 산소 등이 가세하면 배터리 내부 온도가 1000도를 넘는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하며 주변으로 급속히 번진다. 특히 맹독성 불화수소(HF)가 방출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내 배터리 3사가 화재에 강한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2027~2030년 양산하기 전까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배터리 화재 시 무색무취 유독 불화수소 유의=이달 1일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59시간째 주차돼 있던 벤츠 전기차(중국 파라시스 배터리) 화재 폭발로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23명의 입주민이 병원에 이송됐다. 입주민들은 무색무취 유독가스인 불화수소와 매캐한 매연을 들이마셨다. 전기차 화재 시 생기는 불화수소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논문은 이미 2017년 네이처에 실린 적이 있다. 2022년 칠레에서는 전기버스 화재로 엄청난 양의 불화수소가 방출돼 주민들이 호흡기·피부·눈을 다쳐 큰 고통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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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피해를 줄이려면 배터리 폭발 전 감시 기술이 필요하다. 오기용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가 개발한 기술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배터리 내부의 온도 분포와 화학 요소의 상태를 예측해 감지 기능을 제공한다. 장화철 지앤톡 창업자가 개발한 기술은 이미 일부 아파트 등에 적용되고 있다. 그는 “충전 상황을 열 감지 센서 카메라로 실시간 감시해 화재 발생 시 자동으로 관리사무소와 입주민들에게 문자와 전화로 알린다”고 설명했다.

◇화재 폭발력 커 물 뿌리기보다 냉각이 중요=국내 전기차 화재는 2021년 24건, 2022년 44건, 지난해 72건 등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차량 10만 대당 화재 건수(2022년 기준)는 내연기관차가 19대인데 비해 전기차는 11대였다. 문제는 전기차는 열 폭주 현상에 따라 화재 진압이 어려워 인명 피해가 건당 0.09명으로 내연기관차(0.04명)의 갑절이 넘는다는 점이다. 청라 전기차 화재에서도 소방관들이 불을 끄는 데 8시간이나 소요됐다. 전기차 화재 시 물만 뿌리면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학 반응을 가라앉힐 수 없다. 소방관이 특수 냉각액이나 소화제와 함께 물을 뿌리는 게 이 때문이다. 나용운 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는 “전기차 화재 시 분말 소화기를 뿌리면 시야를 가리고 재발화가 발생해 사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완충이 화재로 연결되지는 않아=정부는 올 초부터 전기차 과충전 방지를 위해 전력선통신(PLC) 모뎀 부착 완속충전기의 보급에 나섰다. 서울시는 9월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해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서 충전율을 90% 이하로 제한한 전기차만 출입할 수 있게 권고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측은 “배터리를 완충해도 화재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배터리가 수치상으로 100% 충전된 것으로 나오더라도 내구 수명을 확보하기 위해 실제 꽉 채우지 않도록 설계됐고 문제 발생 시 두뇌 역할을 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이를 제어한다는 것이다. 배터리 충전량이 화재의 규모나 지속성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충전량이 많다고 전기차 화재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고광본 논설위원·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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