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고위 당국자들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2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회동한 가운데 중국 정부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즈라 제야 미국 국무부 인권 담당 차관 겸 티베트 문제 특별조정관과 켈리 라주크 백악관 인권 국장이 이날 뉴욕을 찾아 달라이 라마를 접견했다. 제야 특별조정관은 국무부 성명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건강을 기원하고 티베트인들의 인권 증진과 그들의 고유한 역사적, 언어적, 문화적, 종교적 유산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지지하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티베트의 인권 침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과 중국과 달라이 라마의 대화 재개를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중국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미국 측에 ‘엄정한 교섭’(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어떤 이유로든 달라이 라마 방문을 허용하는 모든 국가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마오 대변인은 “미국의 티베트 특별조정관 임명은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으로 중국 측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 측이 티베트 문제의 중요성과 민감성을 인지하고 달라이 라마 측의 반중(反中) 분열 본질을 인식하며, 티베트 문제에 대한 약속을 준수하고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달라이 라마를 겨냥해서는 “단순한 종교인도, 비폭력·평화 인사도 아닌 종교적 탈을 쓰고 반중 분열을 일삼는 정치적 망명자”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미국 의회는 지난 6월 티베트가 오래전부터 자국 영토였다는 중국의 주장을 부정하고 이에 대응하는 자금 지원을 골자로 한 ‘티베트 중국 분쟁 법안’을 통과시켰다. 공화당의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과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으로 구성된 초당적 의회 대표단이 다람살라를 찾아 달라이 라마와 접견하고 주민들에게 법안의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당시 의회 대표단은 중국이 달라이 라마 후계자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하고 2010년 이후 중단된 대화를 재개하도록 압박을 행사할 것이라고도 시사했다.
달라이 라마가 지난 6월 무릎 치료를 위해 뉴욕을 찾자 중국은 그가 미국 고위직과 회동을 하지 않는지 촉각을 세워왔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달라이 라마와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달라이 라마는 1959년 중국의 통치에 반대하는 봉기를 일으켰다가 실패하자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비폭력 독립 운동을 이끌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