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료품 업종이 증시 대폭락 여파에서 좀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정 국면 중 원·달러 환율 급락 사태까지 벌어지며 향후 실적 전망에 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진 상태다.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도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다수 증권사들은 불안 요인을 인정하면서도 기업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우려만큼 악화된 것은 아니어서 이번 기회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 음식료 업종 지수는 0.97포인트(0.03%) 하락했다. 이 기간 거래소가 집계하는 코스피·코스닥 업종 지수 중 하락 전환한 것은 음식료 업종이 유일하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0.66%)은 물론 중국 시장 침체로 주가가 바닥을 기는 화학 업종 지수 상승률(6.07%)을 감안하면 눈에 띌 정도의 부진이다. 실제 주요 종목들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농심과 빙그레 주가는 12거래일 동안 각각 10.81%, 13.88% 하락했다. ‘불닭볶음면’ 인기로 고공 행진하던 삼양식품 주가도 5% 넘게 하락했다.
내수 회복 지연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모양새다. 물가 상승 탓에 소비가 부진하며 국내 식품 업체들의 수익성이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가 상품 소비와 함께 아예 직접 요리를 해먹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로 거의 확정된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전날 동결 결정을 내리며 양국 간 금리 격차가 줄어들어 원·달러 환율 하락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식품 업계가 부진한 내수 실적을 고환율을 바탕으로 한 해외 수출 호실적으로 메운 만큼 환율 하락 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증권 업계에서는 여전히 음식료 업종의 주가 상승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변동성 장세에서 일시적 수급 문제가 드러나고 있을 뿐 중장기적으로는 주가 반등의 동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유럽에서도 국내 식품 업계 인지도와 관련 식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남미 시장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조정은 매수 기회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