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가계빚 잡기 나선 정부, 메시지 혼선 막고 일관된 신호 보내야


정부가 급증하는 가계 빚 억제를 위해 전방위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5일 방송에 출연해 가계부채 관리와 관련해 “단순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하나로는 안 된다”며 9월 이후에도 대출 증가 흐름이 나타나면 지금 하는 것 이상의 강력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DSR 규제 한도 하향 조정,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강화 등 모든 수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정책 효과 등을 점검하고 있다. 소득의 40%로 규정돼 있는 DSR 한도를 35% 수준으로 내리는 방안, 무주택자가 규제 지역에서 집을 살 때 50%가 적용되는 LTV를 낮추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가계 빚 잡기에 나선 것은 최근 서울 등의 집값이 오르는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은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KB국민 등 5대 은행의 7월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59조 7501억 원으로 6월 말보다 7조 5975억 원이나 급증했다. 이 같은 증가 폭은 월간 기준 역대 최대다. 한 시중은행의 신규 취급액이 2조 9873억 원에 달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광풍’이 절정이었던 2021년 8월(1조 8074억 원)보다 1조 1000억 원 이상 많았을 정도다. 5대 은행의 주담대는 8월에도 계속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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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대출의 고삐가 풀린 데에는 정부의 메시지 혼선 책임이 작지 않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한다면서 외려 집값을 자극하는 엇박자 정책을 폈다. 금융 당국은 저금리 상품인 신생아특례대출·디딤돌대출 등 정책자금 지원을 장려하고, 당초 7월 시행 예정이던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를 갑자기 두 달 연기해 대출 수요를 부추겼다. 대통령실도 최근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며 금리 하락 기대감을 키웠다. 정부가 ‘가계부채와의 전쟁’에서 성과를 내려면 오락가락 메시지를 차단하고 시장에 일관된 신호를 보내 확실한 정책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또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8·8 주택 공급 대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촘촘한 보완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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