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안팎에서 인공지능(AI) 고도화에 대한 요구가 쏟아지는 가운데 최고경영자(CEO)의 45%가 “연 매출의 최대 5%까지 인공지능(AI)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경제신문이 26일 창간 64주년을 맞아 삼성전자 등 국내 148곳의 제조·금융·정보기술(IT)·바이오·유통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148명의 CEO 중 가장 많은 67명(45.2%)이 “매출액의 1~5%를 AI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매출액의 5~10%를 투자하겠다는 응답자는 12명(8.1%), 10%를 초과해 투자하겠다는 응답자는 6명(4.1%)이었다. CEO 10명 중 6명이 매출의 1% 이상을 AI에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매출의 1% 미만은 58명(39.2%) 수준이었고 5명은 답하지 않았다.
국내 경영 현장에서는 이미 AI에 대한 활발한 투자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설문에 답한 한 CEO는 “투자 비중과 속도에는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AI를 외면하는 기업은 없다”며 “수익화 모델을 찾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SK(034730)는 그중 가장 신속한 대응을 보여주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SK는 6월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2026년까지 80조 원 확보해 AI와 반도체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도체 칩 분야에서 승기를 잡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두로 AI인프라와 AI서비스 영역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방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 거품론에 대해서도 “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이 트렌드를 잘 활용해 변화를 빨리 이끌어 나가는 것이 우리가 AI 생태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했다.
제조업 현장에서도 AI 도입 계획이 줄을 잇고 있다. 현대차(005380)는 “AI 자율 공장을 구축해 자동차 혼류 생산라인을 최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생산 공장에 투입되는 모든 요소를 데이터로 연결해 시장 수요에 따른 유연한 생산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비전이다. HD한국조선해양(009540)도 AI에 고숙련 용접공의 노하우를 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철판 절단과 용접·도장·탑재 등 숙련공의 기술을 빅데이터로 만든 뒤 로봇을 학습 시켜 작업 현장에서 구현해내겠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이미 포항·광양제철소에 고로(용광로) 설비 점검을 위한 4족 보행 로봇솔루션을 도입하는 등 AI를 현장에 활용하고 있다. 철강 제품을 만드는 각 공정에도 AI 시스템을 도입해 업무 위험성을 낮추고 효율화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역시 기업의 AI 투자를 적극 돕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2개 업종의 153개 기업·기관이 참여한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AI 자율 제조 선도 프로젝트를 올해 20개 안팎으로 선정해 과제당 최대 100억 원의 예산을 지원과 함께 3000억 원 규모의 대형 연구개발(R&D) 과제도 기획한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얼라이언스에 참여한 기업의 AI 자율 제조 관련 프로젝트에 5년간 10조 원의 금융을 지원한다. 정부는 이 같은 지원을 통해 5% 수준인 제조 현장의 AI 자율 제조 도입률을 2030년 40% 이상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