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0월 코로나19 백신을 들여온다고 예고한 가운데 의사단체가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최근 코로나19 유행을 주도하는 KP.2 변이에 효과적인 신규 백신을 허가한 상황에서 정부가 확보한 백신이 올 겨울 코로나19 감염을 대비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청은 국내 도입 계획 중인 JN.1 신규 백신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한 백신으로 예방 효과가 충분하다고 반박했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기도 전에 의료계와의 불협화음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신과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회는 27일 '코로나19 재유행 위기 극복을 위한 대정부 권고문'을 내고 "최근 미국 FDA는 KP.2 변이 백신을 허가함으로써 정부가 확보한 JN.1 백신이 과연 겨울철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최적의 백신인지 의문이 일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JN.1 변이 백신이 겨울철 코로나19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미국과 같이 KP.2 변이 백신을 확보해 접종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초·중·고등학교 개학으로 소아청소년에서 코로나19 유행이 늘어나는데다 추석 명절 기간 이동으로 코로나19 유행이 농촌 고령층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높아 방역에 유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팍스로비드, 라게브리오 등 코로나19 치료제의 조속한 공급 등을 위해 치료제 배포 현황과 재고를 의료진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투명한 수급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코로나19 고위험군인 요양병원 입소자의 발생 현황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손씻기 및 마스크 착용 등 예방수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재유행을 주도하는 KP.2와 KP.3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올해 상반기 유행했던 변이 바이러스 JN.1에서 유래했다.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변이 감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도 이 유형이다. 이에 FDA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모더나와 화이자가 KP.2 예방 용도로 새롭게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제품에 시판 허가를 내줬다. 한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8월 3주 기준 국내 KP.3 변이 점유율은 64.1%로 가장 높았고 KP.2 변이가 4.1%였다.
다만 질병청은 종전 계획대로 오는 10월 JN.1 변이 백신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JN.1 계열 백신은 우리(정부)가 도입하려는 JN.1 백신과 최근 미국에서 허가한 KP.2 백신, 2가지"라며 "WHO에서 권고한 것은 JN.1 백신"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KP.2 변이가 유행하면서 미국과 캐나다가 KP.2 백신을 승인했지만,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백신 분야 전문가 자문회의와 예방접종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JN.1 백신을 채택했으며 나머지 국가들도 대부분 동일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질병청은 “JN.1 백신은 이전 백신(XBB.1.4)보다 면역 형성 효과가 5배 정도 높다”며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적기에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