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외국환평형기금 운용 규모가 올해보다 65조 원 가까이 급감한다. 부채를 갚아 외평기금 수지를 개선하면 악화한 재정 상황에 일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외환시장 방파제’로 불리는 외평기금이 급격히 줄어들 경우 비상 시 대응할 만한 여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5년도 외평기금 운용 규모는 140조 2894억 원으로 올해(205조 1201억 원)보다 31.6%(64조 8307억 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최대 감소 폭으로 전체 68개 기금 운용 계획안 중에서도 감소 폭이 가장 크다.
외평기금은 외환시장 수급 안정을 위해 1967년 조성된 기금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해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보유한 달러를 팔아 원화를 사들이고 반대로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를 팔아 달러를 사들이는 시장으로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한다.
이때 정부가 외평기금 규모를 대폭 줄이고 나선 것은 환율이 급락해 달러를 대거 사들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올 들어 계속 1300원대 중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외평기금 재원 대부분은 공공자금관리기금과 한국은행에서 끌어온 원화 채무로 구성돼 있는 만큼 외평기금 수지 개선 차원에서 공자기금에서 빌린 돈을 상환하면 2년 연속 현실화된 대규모 세수 부족 상황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자기금으로 이전된 외평기금 여윳돈은 일반회계로 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만기가 돌아오는 공자기금 상환 규모는 37조 원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한 만큼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대외 변수 변동에 따라 환율이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며 “환율 상승과 하락 모두에 대비해 외화 및 원화 재원을 균형적으로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부 거래도 좀 줄어들어 감소 폭이 커졌다”며 재정 확보를 위한 공자기금 조기 상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기 상환 없이 스케줄대로 상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달러를 사들이기 위한 대응 여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올 4월 아시아 통화가치의 급락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하는 등 불안 현상이 나타났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원화와 일본 엔화의 급격한 평가 절하에 대해 우려하며 경고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환율 시장의 변동성이 과거보다 큰 만큼 대응 여력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국내 환 외환 전문가는 “당국의 구두개입에도 환율 시장이 진정되지 않을 정도로 변동성이 커졌다”며 “외환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