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바보 기업가'가 필요하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





최근 경제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최근 우리나라 수출이 호조인데 대체 무슨 소리인가. 8월 수출입동향을 보면 수출이 8월 중 역대 최고인 579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11.4% 증가했고 무역수지도 15개월 연속해서 흑자를 기록했다. 대외 부문의 비중이 큰 한국 경제로서는 수출과 무역수지 호조가 반가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잠재성장률이 미국 등 주요 7개국(G7)보다도 낮아질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은 한국 경제의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10여 년 전 만났던 외국의 한 경제학자가 이런 질문을 던졌었다. “한국 경제의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입니까?” 당시 우리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수술로 발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자잘한 병치레를 하는 것보다 낫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불리는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한국 경제의 저력에 대한 찬사이자 잃어버린 10년에서 20년으로 넘어가는 일본 경제에 대한 우려였다. 급격한 위기는 오히려 구조적으로 더 건강해질 개혁의 기회를 제공한다. 수술도 할 수 없는 고질병은 생활의 활기를 앗아간다. 저출산·고령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개혁과 혁신의 성과는 너무 느린 우리 경제도 서서히 죽어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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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은 해외에서 소위 잘 나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K팝에서 시작한 한국 열풍은 K드라마와 영화, K푸드에 이르기까지 선풍적인 인기다. 전통적인 반도체와 자동차 등 상품 수출은 물론 콘텐츠 등 비전통적인 분야에서도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산업과 신산업 분야에서 경쟁국들에 조금씩 밀리는 상황이다. 외부적 요인에 의해 위기가 오면 수술을 하면 될 텐데 지금은 내부적으로 개혁의 동력을 찾아야 하는 어찌 보면 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경제가 최빈국에서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한 배경에는 기업가정신이 있다. 텅 빈 바닷가 모래사장에 조선소를 건설하고 기업의 명운을 걸고 반도체 산업에 진출해 초일류기업으로 키워낸 불굴의 기업가정신이 있다. 물론 노동자들의 근면함, 정부의 정책 지원, 그리고 국민적 의지와 공감대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성공의 출발점인 기업가정신을 재점화해야 한다.

기업가정신이 살아나려면 무엇보다 기업 친화적인 문화 조성과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경영인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 기업의 역동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신산업 진출을 저해하는 진입장벽 폐지 등 적극적인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

젊고 진취적인 경영인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바보같이 우직하게 항상 갈망하라(Stay foolish, Stay hungry)’ 정신을 지킬 수 있도록 스타트업 지원을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 재창업 시 초기 창업 대비 20%를 추가 지원하는 창업 천국 이스라엘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스타트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의 성장 사다리 구축 방안도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가정신이 한국 경제의 활력을 살리고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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