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전업 카드사가 올 상반기 매각한 부실채권의 규모가 총 1조 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수가 어려운 부실채권을 정리하면서 연체율을 낮추는 등 자산 건전성을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비씨카드는 총 1조 6452억 원의 부실채권을 매각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증가 속도가 유지된다면 올해 부실채권 매각 규모가 지난해(2조 2374억 원)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연간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전년(6703억 원)에 비해 약 3.3배 증가한 바 있다.
카드사별로 보면 롯데카드가 상반기에만 4527억 원의 부실채권을 매각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실적(6611억 원)의 68%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많이 매각한 카드사는 우리카드(3636억 원)로 나타났다. 우리카드는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전체 매각 규모(3976억 원)에 준하는 부실채권을 정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신한카드(3114억 원), 현대카드(1965억 원), 하나카드(1716억 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하나카드는 전업 카드사 중 유일하게 지난해 전체 부실채권 매각 규모(4346억 원)의 절반 이하를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카드와 BC카드는 반년 만에 지난해 전체 매각 규모를 넘어섰다. 특히 현대카드는 올 상반기에만 약 2000억 원에 준하는 부실채권을 정리하면서 지난해 전체 매각 규모(1425억 원)보다 약 3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실채권 매각에 힘입어 현대카드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연체율은 0.71%로 카드사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 연체율(대환대출 채권을 포함한 1개월 이상 연체율)은 1.07%로 전년 동기 대비 0.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올해 부실채권을 양도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카드사가 적극적으로 부실채권을 처분하는 것은 연체율을 관리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상반기에만 1조 6000억 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매각하면서도 같은 기간 카드 업계 연체율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여신전문금융회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의 연체율은 1.69%를 기록하면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드사 연체율이 급증한 것은 최근 카드론으로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수요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경기 부진의 장기화 영향으로 서민 대출 창구인 저축은행과 대부업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자금이 필요한 취약차주가 비교적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카드론으로 몰렸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금리가 몇 년째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폐업하는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카드론 차주들의 어려움이 상당하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연체율은 증가하고 부실채권 매각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