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플라스틱 '印尼'·광학기기 '중동'…"시장성 큰 지역 진출 지원을"

[길잃은 수출 中企]

◆ 커지는 '수출국 다변화' 목소리

동일품목도 국가별 성장성 달라

관성적 해외수출 전략 한계 뚜렷

신규국가 진출기업 바우처 지급

GBC 확대 등 거버넌스 개편 필요





인기 아이돌 뉴진스를 모델로 앞세워 렌즈 ‘오렌즈’를 판매하는 회사 스타비젼은 지난해 매출 1338억 원, 영업이익 509억 원을 거뒀다. 매출 절반에 달하는 47%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미국·중국·일본 등 전통적으로 수출 강세를 보여온 지역에 더해 인도·중동 등 신규 시장을 지속 공략한 점이 주효했다. 시장조사 업체 익스퍼트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컬러렌즈 시장은 올해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8.9% 수준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비젼은 이에 맞춰 글로벌 사업을 지속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중소기업 수출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중기업계에서는 ‘수출국 다변화’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체계적인 시장조사 없이 관성적으로 미국·중국·일본 등의 문부터 두드리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2일 ‘수출 품목별 다변화 전략 및 거점 역할 확대 로드맵 수립’ 보고서에 따르면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시장성이 작은 일부 국가에만 수출을 의존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시장성은 유사 제품을 현지 국가에서 출시하고 있는지 여부로 판단했다.



일례로 보일러 기계류 부분품은 시장성이 작은 중국·일본 지역에 수출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베트남·멕시코·폴란드·헝가리·인도·말레이시아·태국 등에 진출하면 수출 증대가 기대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폴리에스테르 단섬유도 중국 외에 미국·베트남·폴란드·이탈리아·영국·독일 등으로 진출하면 경쟁력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예상됐다. 아울러 ‘화학공업’은 미국·일본 대신 중국·베트남·인도·태국·인도네시아·폴란드·러시아 등이 다변화 목표 지역으로 꼽혔으며, ‘플라스틱’ 품목도 미국·중국 외 베트남·홍콩·러시아·인도·인도네시아·폴란드·멕시코 등이 유력한 대안으로 파악됐다. 광학·의료 측정 검사 정밀 기기류의 경우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 등 중동과 튀르키예·루마니아가 개척해볼 만한 시장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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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이 다변화 전략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지역으로는 동남아시아 및 중동 국가가 거론됐다. 다변화 추진 국가 기준으로는 현재 미국이 전략 품목 43개 중 39개 품목을 차지했으며 다음은 중국(38개), 베트남(34개), 일본(34개) 순이었다. 특히 인도(25개), 태국(18개), 인도네시아(18개), 말레이시아(15개) 등 아시아에 수출하는 전략 품목이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보고서는 “58개 ‘다변화 대상국’ 중 24개국이 아시아에 있음을 고려할 때 아시아에 대한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출 다변화 정책이 현장에 정착하려면 거버너스 재편도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미국·중국·일본·베트남 등 4개국에 위치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에 한해 본부 기능을 추가해 인근 지역 수출까지 진두지휘하는 것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GBC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운영 중인 중소벤처기업 지원 서비스로, 전 세계 13개국 21개 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GBC에 입주하는 중소·벤처기업에 현지 사무 공간을 최대 4년간 지원해주고 수출 및 현지화 등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고서는 “그동안 GBC는 수출 중심으로 다양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사업별로 운영되는 한계가 있었다”며 “GBC를 확대 개편해 거점별 진출 수요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동윤 전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은 “가령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38개 전략 품목 중 25개 품목, 일본은 34개 중 18개 품목이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은 있지만 시장성(추가 성장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품목은 수출 목표 국가를 서둘러 바꿔줘야 한다”면서 “지금까지는 몇몇 해외 국가를 먼저 중심에 두고 이후에 수출 지원책을 마련하는 관행이 지배적이었다. 품목의 경쟁력을 중점에 둬야 수출 제고 효과가 더욱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품목별로 시장성이 검증된 국가에 진출하려는 기업에 한해 수출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식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중기부가 올 5월 발표한 ‘글로벌화 대책’ 후속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것”이라며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내년 수출지원 정책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이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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