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 롯데, 印서도 철수…“동남아 화력 집중”

■ 쇼핑 등 현지법인 2곳 청산

마트·백화점 등 추진했지만

곳곳 규제에 유통 경쟁 과열

中 이어 최대 소비시장 정리

싱가포르에 'PB 매장' 열고

베트남·인니 할인점 등 확장


롯데쇼핑이 글로벌 최대 시장인 중국에 이어 또 다른 주요국 인도에서도 사업을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까지 나서 인도에 마트를 중심으로 백화점, 호텔 등 다양한 사업을 진출하려 시도했지만 현지 업체는 물론 글로벌 유통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에 발을 뺀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최근 인도 현지 법인 2개를 모두 청산했다. 인도에 롯데쇼핑 본사 법인과 롯데마트 법인을 운영 중이었는데 둘 다 철수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과거 글로벌 사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설립한 법인이었는데 2분기에 법인 청산 절차가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올해 상반기 중국 청두에서 운영하던 현지 법인을 매각하면서 중국 유통사업에서도 완전히 빠져나왔다. 글로벌 최대 소비 시장으로 꼽히는 인도와 중국에서 모두 철수한 것이다.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이 2015년 5월 19일 서울 중구 힐튼호텔에서 국빈 방한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당시 신 회장은 인도 현지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투자 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사진 제공=롯데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이 2015년 5월 19일 서울 중구 힐튼호텔에서 국빈 방한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당시 신 회장은 인도 현지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투자 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사진 제공=롯데



롯데쇼핑이 인도에 처음 진출한 당시에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창업자인 신격호 초대 회장이 그룹을 이끌던 2006년 뉴델리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했고 2008년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전면에 나선 신동빈 회장 역시 인도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면서 2015년에는 방한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뉴델리, 뭄바이, 첸나이 등에 복합역사 개발을 제안하기도 했다. 특히 현지에 마트 법인도 따로 설립했는데 현재 롯데마트만 48개점을 운영 중인 인도네시아에서처럼 인도에서도 대형 슈퍼 사업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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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도 특유의 규제와 과도한 경쟁으로 결국 꿈을 접은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가 법인을 만든 당시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이 부상하면서 인도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이 커지는 시기였다. 글로벌 유통 기업들의 진출이 이어졌고 릴라이언스·타타·스펜서 등 현지 유통 기업들도 성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여기에다 연방제인 인도에서 지방 정부별로 각기 다른 규제 환경도 해외 기업의 현지 유통 사업을 어렵게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초기 진출했을 때보다 경쟁도 치열해지고 신흥 시장 특유의 규제 환경도 문제였다”며 “지속적으로 시장 조사를 해왔지만 사업성이 없다고 최종 평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롯데웰푸드 인도 법인 전경. 사진 제공=롯데웰푸드롯데웰푸드 인도 법인 전경. 사진 제공=롯데웰푸드


다만 롯데쇼핑의 철수가 롯데그룹 차원의 인도 시장 포기는 아니다. 식품 계열사인 롯데웰푸드는 지난 2분기 인도에서 95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한 것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두드러진 성장세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시에 700억 원을 투자한 빙과 생산시설이 하반기 가동될 예정이어서 성장세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다만 롯데웰푸드가 성장할수록 과실을 함께 따먹을 수 있는 유통사의 인도 철수에 대한 아쉬움은 클 것으로 보인다.

인도에서 나온 롯데쇼핑은 성업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 더 집중할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백화점 4곳과 할인점 64곳을 운영 중이다. 해당 국가를 중심으로 지점 수를 늘리면서 인근 국가로 확장도 꾀하는 중이다. 최근 싱가포르에 롯데마트 자체 브랜드(PB) 매장을 열고 가정 간편식 ‘오늘좋은’과 ‘요리하다’ 상품을 수출하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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