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손발 안맞는 금융당국…건전성 관리체계 '위태'

◆저축銀 감시시스템 구멍

가결산 보고 방심, 부실 징후 놓쳐

최종 결산에서 숨은 뇌관 드러나

예보, 뒤늦게 단독조사 검토 돌입

다중감시망 붕괴 '무용지물' 논란





예금보험공사가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이유는 숨어 있던 부실이 반영된 것을 놓쳤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의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처리를 강하게 압박하는 가운데 당국의 손발이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2일 예보 관계자는 상상인플러스의 재무 건전성 문제를 뒤늦게 파악한 경위에 대해 “가결산 기준으로 상상인플러스의 재무 상황을 점검했는데 문제가 없었다”면서 “최종 결산 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이 달라졌는데 PF 대출에서 부실이 추가로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결산 뒤 금융 당국이 부동산 PF 대출 관리 방침을 강화함에 따라 장부에 새로 반영된 숨은 부실을 간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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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 측은 상상인플러스가 공시 직전 가결산 결과를 수정해 관리 시기를 놓쳤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상상인플러스의 경우 올 1분기에 이미 자본 적정성이 위험 수준으로 떨어졌던 만큼 감시 수위를 바짝 높였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상상인플러스의 BIS 비율은 지난해 2분기 12.62%를 기록한 이래 매 분기 떨어져 올 1분기 10.88%까지 내려앉았다. 예보가 공동 검사 등을 통해 대출 장부를 보다 면밀히 들여다봤다면 부실 징후를 사전에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보가 결산 공시를 보고서야 상황을 파악했다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올 들어 당국의 PF 관리 지침 때문에 저축은행의 부실이 불어날 것은 금융권 모두가 예상하는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예보가 부실 징후를 뒤늦게 포착하면서 결과적으로 저축은행을 관리하기 위한 ‘다중 감시 체계’가 허물진 셈이 됐다. 상호저축은행 감독 규정상 저축은행의 BIS 비율 하한은 8%인데 예보는 이보다 2%포인트 높은 수준의 기준치를 두고 저축은행을 감시한다. 저축은행의 재무 상황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나빠지기 전에 부실 징후를 미리 포착하기 위해 겹으로 감시망을 쌓은 것이다. 하지만 관리 대상의 BIS 비율이 이미 예보 기준치를 뚫고 내려간 상황이라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예보는 이제서야 부랴부랴 상상인플러스에 대한 단독 조사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예보 관계자는 “대상 기관의 자본 확충 계획과 자본 비율 변동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 예보 관리 기준치에 미달할 금융사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국 79개 저축은행 중 연체율이 10%를 넘는 저축은행은 모두 31곳으로 지난 2분기(6곳)에 비해 대폭 늘었다. 안국(19.82%), 솔브레인(16.4%), 에스앤티(15.51%), 영진(14.92%), 동양(14.91%) 등 순이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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