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산하 5대 발전사(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가 지난해 무산된 인도네시아 소재 ‘PT 바얀 리소스 광산’ 지분 매각을 2026년 재추진한다.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라는 정부의 공기업 재정 건전화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3일 서울경제신문이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전 및 5대 발전사 ‘2024~2028년 중장기 재무 관리 계획’에 따르면 5대 발전사는 2028년까지 5년간 총 5조 7347억 원 규모의 강도 높은 자구 계획을 수립·제출했다. 한전의 자구 계획 규모는 15조 4327억 원이다.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거나 투자 계획을 늦춰 재정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5대 발전사가 내놓은 자구안에는 바얀 광산 지분을 2026년에 매각하겠다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담겼다. 바얀 광산 지분은 5대 발전사가 4%씩 총 20%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서부발전 4%, 나머지 발전사 각 2% 등 총 12%의 지분을 팔겠다는 것이다. 그 규모는 지난해 기준 9000억 원 수준이다.
문제는 5대 발전사들의 바얀 광산 지분 매각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팔아치우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2023년 기준 바얀 광산의 순이익은 1조 6700억 원으로 5대 발전사가 얻은 이익이 3300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2021~2023년 3년 동안에만 1조 2000억 원이 넘는 이익을 챙겨 투자 비용 회수도 끝난 상태다. 바얀은 2022년 기준 인도네시아 기업 중 세 번째로 큰 규모로 석탄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가치도 높다.
한전 발전 자회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매각을 재추진하는 것은 자산 건전성 때문이다. 실제로 한전은 향후 5년간 환율이 1400원대로 오르고 유가가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90달러가량으로 치솟는 비관 시나리오에서 2027년 사채 발행 한도를 초과하고 2028년에는 부채 비율이 당초 공개한 2028년 전망치(364%)보다 2배 이상 높은 761%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 발전사는 바얀 광산만이 아니라 호주 물라벤(233억 원·서부발전), 칠레 태양광 지분(519억 원·동서발전), 유럽 신재생에너지 지분(183억 원·중부발전) 등 각종 지분 매각도 2025~2026년 추진할 계획이다. 발전사의 한 관계자는 “바얀 광산이 알짜 자산이라는 것은 업계 관계자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라며 “매각이 아닌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