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그룹의 사업 재편(리밸런싱)이 SK이노베이션(096770)과 SK E&S의 합병을 기점으로 속도를 내면서 상반기 올스톱됐던 SK발 인수합병(M&A)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SK그룹은 현재 667개 계열사(연결 자회사 포함)를 대대적으로 줄인다는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핵심 자회사를 포함해 알짜 회사까지 매각을 본격 추진하고 나섰다. 현재 SK엔펄스·SK스페셜티·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 등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향후 줄줄이 리스트가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C(011790)는 반도체 소재 자회사 SK엔펄스 매각 등으로 올 상반기 기준 4조 6618억 원에 이르는 부채를 본격 축소해나갈 계획이다. SKC는 SK엔펄스 통째 매각에 앞서 회사가 보유한 현금을 유상감자 방식으로 흡수한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SK엔펄스는 파인세라믹스 사업부 매각 등을 통해 올 상반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약 2000억 원 확보하고 있다.
최근 SKC는 꾸준하게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현금을 확보하는 노력을 이어왔다.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를 분할해 올해 초 한앤컴퍼니에 3300억 원을 받고 정리했고 중국 웨트케미칼 및 세정 사업을 현지 회사에 넘기기로 하고 매각가 880억 원에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자산 규모가 대폭 축소된 가운데 CMP 패드 등 현재 남은 사업부를 모두 묶어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통째로 넘긴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SKC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반도체·2차전지 등 미래 유망 산업 위주로 재편하기로 하고 꾸준히 비핵심 자산 매각에 나서왔다. 2022년 회사의 모태인 필름사업부를 분할해 1조 6000억 원을 받고 한앤코에 매각한 게 신호탄이었다. 또 이듬해 화학 소재인 폴리우레탄(PU) 원료 사업 투자사 SK피유코어를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에 4103억 원의 몸값을 받고 매각했다.
SKC는 SK엔펄스를 매각하는 대신 반도체 소재는 지난해 5225억 원(지분 45%)을 들여 인수한 ISC를 주력으로 끌고 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ISC는 반도체 후공정 핵심 소모품인 ‘테스트용 소켓’을 생산한다. 회사가 지난 상반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시장에서 제기된 SK엔펄스와 ISC의 합병설을 공식 부인한 것도 SK엔펄스 매각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SK그룹은 큰 틀에서 합병과는 별개로 전방위적인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SK㈜는 약 3조~4조 원의 매각가가 예상되는 특수가스 자회사 SK스페셜티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예비입찰을 앞둔 단계로 MBK파트너스·한앤컴퍼니·브룩필드자산운용 등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SK스페셜티의 주력 사업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내 세정 공정 등에 주로 사용되는 특수 가스인 삼불화질소(NF3)이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40%로 1위다. 상반기 매출액은 3553억 원, 영업이익은 544억 원을 기록했다.
SK그룹은 수년간의 M&A로 순 차입금이 올 상반기 10조 원을 넘어 조 단위 현금 유입에 따른 재무 건전화를 기대하고 있다. 지주회사인 SK㈜의 올해 상반기 총부채 규모는 별도 기준 12조 3998억 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이 완료되면 앞으로 배당 받을 기회가 줄어드니 단기적으로 대규모 매각 자금을 끌어오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며 “SK스페셜티는 상대적으로 현금 흐름이 덜 안정적인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는 매년 SK E&S로부터 약 5000억 원의 배당을 받아왔다. 3조 원에 팔아도 6년치 배당금을 한 번에 받는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도 지분(61.2%)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몸값은 2조~3조 원이 거론된다. 아울러 SK온은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 및 증권사들과의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각 1조 원씩 조달하려던 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합병 작업에 전념하기로 했다. SK온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11월 1일), SK엔텀(내년 2월 1일)과 합병이 예정돼있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알짜 회사인 산업용 가스 기업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반도체 모듈 기업 에센코어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자산 규모가 2조 원 정도 불어났다. 부채 비율도 지난해 상반기 230.1%에서 올 상반기 247.6%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