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정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국내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투자금을 받거나 합작법인을 설립하면 보통 사업 노하우·기술을 공유해야 하지만 현지 파트너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어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중동 국가들은 최근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에 맞춰 에너지 산업에 의존적인 경제 구조에서 탈피해 정보통신기술(ICT) 등 신산업을 육성하려 하고 있다. 해외 수요를 찾는 우리 기업과 신기술에 대한 수요가 큰 중동 국가들의 셈범이 맞아 떨어지면서 서로 간 협력도 확대되는 흐름이다.
4일 산업계에 따르면 H2O호스피탈리티, 넥스트온, 베스핀글로벌, 안랩, 엠투엔 등 국내 기업은 중동 시장에 진출하면서 현지 정부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거나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있다.
지난해 중동에 진출한 H2O호스피탈리티는 지난해 중동 진출을 공식화한 이후 올 초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투자진흥청(ADIO)과 ‘투자 지원 사업’ 계약을 맺었다. ADIO가 H2O호스피탈리티에 직접 투자를 한 뒤 사업 파트너 물색 등을 통해 사업 확장을 돕는 것이 골자다. H2O호스피탈리티는 호텔 산업의 예약, 운영, 관리 등 전 과정을 디지털로 전환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세계 1위 호텔관리시스템(PMS)인 ‘오페라’에 솔루션을 연동해 19만 개 객실 규모의 세계 각지 호텔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H2O호스피탈리티가 현지 정부 산하 투자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전략을 택한 것은 중동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대부분이 산유국인 중동 국가에서는 에너지 자원에 대한 강력한 정부 통제력을 기반으로 경제가 발전해와 산업 전 분야에서 정부의 입김이 세다. 이에 H2O호스피탈리티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현지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전문기관인 NTDP와 계약을 체결하고 투자를 받기로 했다. H2O호스피탈리티 관계자는 “중동에서는 정부 영향력이 강한데 현지에서는 첨단 기술 내재화를 원한다"며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정부 투자를 받는 것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력 기관·기업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중동에 진출하는 사례도 다수다. 스마트팜 개발·구축·운영 기업인 넥스트온은 쿠웨이트 대형 투자사인 마와리드홀딩스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공동으로 합작법인 넥스트온미나를 설립하고 중동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와리드 홀딩스는 금융·농업·건설 등 각 분야에 가지고 있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넥스트온의 현지 네트워크 확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외에도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베스핀글로벌, 안랩, 해운·금융·바이오 기업 엠투엔 등이 현지 기업·기관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중동 시장에 진출했다.
삼일회계법인이 PwC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중동 비즈니스 센터’는 현지 시장 진출을 지원할 때 중동 국부 펀드나 정부 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동 시장에 진출한 한 기업 대표는 “중동에서는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사업을 하는 것이 분명히 유리하다”며 “합작법인 설립이나 현지 정부 투자 유치는 중동 진출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