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정책 보증에 부채 10.6조인데…새출발기금 더 확대한다는 정부

■비용 청구서 내민 캠코·신보

캠코, 부채비율 2026년엔 379%

올해 이자비용만 3000억 달해

상반기 소상공인 변제만 2652억

신보, 내년 중기 지원 축소 검토

금융권 "부실 가능성 면밀 검토를"





금융 공공기관인 신용보증기금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정부에 3조 5000억 원 규모의 청구서를 내민 것은 정부의 소상공인·서민 지원 정책 사업을 떠맡아 생긴 비용이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새출발기금을 확대 개편하는 등 지원 범위를 넓히면서 되레 공공기관의 재무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대로라면 공공기관의 서민 지원 역량이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보와 캠코 등 금융 공공기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를 비롯해 과거 시행했던 소상공인·서민 지원 사업을 뒷수습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신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떠맡았던 소상공인 위탁보증을 대위변제하는 데 올 상반기에만 2652억 원을 투입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소상공인 자금 대출을 보증했지만 이들이 돈을 갚지 않아 부실이 발생하면 신보가 은행에 돈을 대신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 대출 만기가 차례로 돌아오고 있는 만큼 신보가 메워야 할 부실액은 점점 더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보증기관이 신뢰를 유지하려면 어떤 경우에도 대위변제를 반드시 해야 한다”며 “결국 소상공인들이 갚지 못한 보증 대출은 고스란히 신보의 몫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캠코 역시 새출발기금을 감당하기 위해 공사채 발행을 매해 늘리고 있다. 새출발기금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 조정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다. 이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매년 공사채를 발행하면서 캠코의 부채는 올해 10조 6652억 원으로 전년(7조 5005억 원)보다 3조 1647억 원이나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불어난 부채에 따라 캠코가 감당해야 하는 이자비용만 올해 3000억 원에 달한다.




정부가 소상공인·서민 지원 사업을 확대하면서 공공기관의 재무 건전성 지표가 한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새출발기금 개편 뒤 캠코의 부채비율은 매년 급증해 2026년 379%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개편 전 전망치(204%)보다 갑절 가까이 뛸 정도로 재무 부담이 급격히 커지는 것이다. 캠코는 이에 최근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을 통해 재무 리스크로 새출발기금을 꼽고 “새출발기금 운영 방향 및 정책 투자 수요 등에 따라 공사 재무 전망이 매우 유동적”이라고 진단했다. 캠코와 신보는 재무 개선을 위해 부동산 자산과 출자 지분 등을 일부 처분해 5년간 400억 원가량을 확보하기로 했지만 불어난 손실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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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공공기관의 재무 상황이 악화하면 앞으로 서민 지원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캠코가 새출발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공사채 발행을 늘려 부채비율이 앞으로 더 늘어나게 되면 캠코의 민간 손실 흡수 여력이 전보다 줄어들 수 있다. 공사채 발행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앞으로 우리 경제에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해 기업과 가계 부실이 더 늘어날 경우 채권 추가 발행에 부담을 느껴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데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보는 커지는 재무 부담에 중소기업 보증(일반 보증) 잔액 규모를 내년부터 매해 줄이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판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소상공인 대위변제에 쓸 돈이 당장 부족하면 다른 사업 예산에서 가져다 쓸 수밖에 없다”면서도 “(대위변제 예산이 충분히 편성되지 않으면) 다른 중소기업 보증 사업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공공기관의 재무 지표가 더 악화하는 일을 막기 위해 적정 수준의 정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의원은 “정부 예산을 통한 공공기관 지원이 쉽지 않다면 현물출자를 통해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며 “사업 수행 기관의 과도한 채권 발행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현물출자는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제때 지원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소상공인 지원의 경우 무작정 이어가기보다 단계별로 세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경우에는 폐업을 유도하고, 재창업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 소상공인은 재기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 구조조정 연착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우보 기자·세종=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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