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노동계 “65세까지 정년 연장해야”… 낡은 임금체계 개편이 먼저다


정부가 4일 연금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국민연금 의무 가입 기간을 현행 59세에서 64세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자 노동계를 중심으로 정년 연장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노후 소득 공백 해소와 고령층 생존권 보장을 위해 현재 60세인 법적 정년을 연급 수급 개시 연령에 맞춰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정년 65세 연장과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 중 ‘계속 고용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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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저출생·고령화에 대응해 고령층이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우리나라 고령자는 직무 능력과 교육 수준이 높고 일할 의지도 강하다. 한국은행은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세대의 은퇴가 노동인구와 소비 감소를 불러와 2024~2034년 연간 성장률을 0.38%포인트 하락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현재 노동시장 구조하에서 정년만 강제 연장하면 청년 일자리 감소에 따른 세대 갈등 격화,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의 사회적 비용이 커진다는 점이다. 정년 연장의 혜택이 대기업·정규직에 집중되면서 노동시장 불평등도 더 심해질 수 있다.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줄이려면 정년 연장 논의에 앞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연공서열형 중심의 낡은 임금체계부터 개편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주52시간제 개편, 성과 차등 보상과 직무급제 확대 등을 통해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생산성만큼 보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계속 노동’ 논의의 근본 취지는 ‘정년 연장’이 아니라 ‘고용 연장’이다. 호봉제를 유지하면서 법적 정년을 65세로 정한 나라는 거의 찾기 힘들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들은 연령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며 일찌감치 정년 제도를 폐지했다. 일본의 경우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기업이 65세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재고용 등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우리도 노사가 자율적으로 고령자의 계속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시도해 공존과 상생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정년 연장 논의가 기득권층 노조의 ‘밥그릇 챙기기’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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