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석종건 방사청장의 K방산 세일즈 노하우…“감성 마케팅” 마음을 사다[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애국심 호소’ 마케팅에 방산업계 화제

폴란드 대표단에게 국가(國歌) 불러줘

호주에선 “같은 군인출신” 동질감 호소

석종건(왼쪽에서 두번째) 방위사업청장이 지난 4월 22일 오전 한국 방위산업 현장 방문을 위해 방한한 폴란드 파베우 베이다 국방바 차관 등 실무 대표단과 방산 협력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방위사업청석종건(왼쪽에서 두번째) 방위사업청장이 지난 4월 22일 오전 한국 방위산업 현장 방문을 위해 방한한 폴란드 파베우 베이다 국방바 차관 등 실무 대표단과 방산 협력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방위사업청




“폴란드는 우리가 살아있는 한, 아직 죽지 않았으니”



“어떠한 외적들이 우리를 침략해도, 우리는 손에 든 칼로 되찾으리”

우리의 애국가에 해당하는 폴란드 국가(國歌)의 첫 소절이다. 이 노래를 지난 4월말 한국 방위산업 현장 방문을 위해 방한한 폴란드의 파베우 베이다 국방부 차관과 마르친 쿨라섹 국유재산부 차관, 다리우스 우코프스키 안보실 부실장 등 실무 대표단을 위해 마련된 오찬 자리에서 석 청장이 직접 불렀다.

파베우 베이다 폴란드 차관을 비롯한 실무 대표단은 예상치도 못하게 한국의 방위산업을 총괄하는 수장이 직접 부르는 폴란드 국가를 들으며 깊은 감명을 받고, 노래가 끝나자 마자 석 청장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고 한다.

이 퍼포먼스는 큰 손인 폴란드와 깊은 우호를 쌓기 위해 석 청장이 직접 낸 아이디어다. 몸소 폴란드 국가를 찾아서 노래를 연습하고 오찬 자리에서 직접 노래를 불러 폴란드 실무 대표단의 환호를 얻어내는 미담을 만들어 낸 것이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의 ‘감성 자극’ 마케팅이 요즘 방산업계에 화제다.

전 세계를 직접 누비는 것은 기본이고 기발한 정책 아이디어 제시, 상대국 호감을 얻어내기 위한 포퍼먼스 등을 쏟아내며 K방산 세일즈를 총괄하는 선봉장으로서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폴란드 등 동유럽부터 호주 등 오세아니아, 미국과 캐나다 등 북아메리카 등 전 세계에 K방산을 수출하기 위해 몸소 뛰어다니고 호소하는 덕분에 방산업계에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어 석 청장의 일거수일투족은 관심의 대상이다.



당장 4월에 방한한 폴란드 실무 대표단에게 K방산의 우수성과 함께 폴란 실무진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K방산 수장의 진면목을 보여줘, 지난 2022년 맺은 43억 달러(약 6조 원) 규모의 방산 총괄계약(2차 이행 계약)의 연내 발효를 위해 밑거름을 확실하게 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출 물량은 K239 ‘천무’ 다연장로켓 70대, K2전차 820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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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석 청장이 폴란드와 두터운 우호를 다진 덕분에 지난 6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폴란드 현지를 방문해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슈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과 ‘제2차 한·폴란드 국방·방산협력 공동위원회’를 개최하고 9월 폴란드에서 개최되는 국제방위산업 전시회(MSPO) 때까지 2차 실행계약 체결을 마무리하자는 사실상의 합의 도출을 이끌어내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이 지난 8월 21일 호주 캔버라 함정획득관리청에서 짐 맥도웰 호주 함정획득관리청장과 면담 후 기념패를 증정하고 있다. 사진제공=방위사업청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이 지난 8월 21일 호주 캔버라 함정획득관리청에서 짐 맥도웰 호주 함정획득관리청장과 면담 후 기념패를 증정하고 있다. 사진제공=방위사업청


석 청장은 최근에도 호주를 방문해 K방산 세일즈에 나서면서 호주 군 당국의 고위급 인사들에게 군 장성 출신으로서 동질감을 호소하며 호주 호위함 사업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지난 8월 21일부터 사흘간 석 청장은 호주를 찾아 군 고위급 인사를 만났다. 21일엔 호주 캔버라에서 짐 맥도웰 함정획득관리청장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 간 함정사업의 전략적 협력 구축방안 등을 논의하고, 양국 획득기관 간 협력 고도화에 합의 등 한국 호위함의 호주 진출 기반을 마련하는 기반을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석 총장은 짐 맥도웰 호주 함정획득관리청장에게 명함을 건네면서 “(명함을 보면)알겠지만 자신도 1년 전에는 현역 육군 장성으로 군 전력(기획) 분야를 담당해 당신의 역할과 국방력 강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지 잘 알고 있다”며 “최근 심화되는 인태지역 안보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양국 간 전략적 방산협력과 파트너십 강화를 한다면 역내 안보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동질감을 자극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있는 K방산의 위력은 한미 연합훈련 등 여러 방식으로 입증되고 있다”며 “한반도에서 시작해 K방산을 수입해 활용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필리핀, 한국산 호위함을 호주가 수입하면 오세아니아로 이어지는 전략적 방산협력 축을 형성해 호주의 국가안보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석 청장의 얘기에 호주 함정획득관리청장은 호감과 감사의 뜻을 표시하며 K방산과의 협력 방안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함정획득관리청은 함정 획득 및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호주 국방부 산하 정부기관이다.

석 청장은 23일에도 호주 질롱시에 위치한 한화 호주공장 준공식에 한국정부 대표로 참석해 호주정부 대표로 참석한 리차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 사이먼 스튜어트 호주 육군총장 등과 두루 만나 호주 호위함 사업 참여 등 양국 방산협력의 장기적 발전방향을 제시하며 K방산 우수함을 널리 알리는 세일즈맨 역할도 몸소 실천했다고 한다.

심지어 석 청장은 이 자리에서 “한화 호주공장은 양국 간 방위산업의 동반 성장을 견인할 호혜적 방산협력의 상징”이라며 “한화 호주공장은 양국이 지상무기체계뿐만 아니라 함정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포괄적인 협력과 양국 방위산업 발전을 이뤄낼 희망한다”고 호소했고, 이를 들은 리차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 등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할 만큼 호주 군 당국자들의 호감을 샀다는 후문이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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