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현철(57) 씨는 군 제대 직후 인쇄업종에서 사무직으로 취직했다. 이후 인쇄업이 침체하며 20년 동안 일해온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했다. 김 씨는 재취업에 도전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러던 중 중장년내일센터의 교육과 상담을 통해 호텔 객실관리 점검원으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김 씨처럼 채용 장벽을 뚫고 재취업에 성공한 중장년의 사례를 공유하고, 중장년 고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노사발전재단은 지난 5일 서울 중구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에서 ‘2024 중장년 고용 활성화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재취업에 성공한 중장년 및 중장년 고용에 앞장선 기업을 시상했다.
이날 수상한 케이프라이드와 ㈜우진플라임은 사례 발표에 나섰다. 강원 횡성의 육가공업체 케이프라이드는 지역에서 인력을 구하기 힘든 와중에 지난해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기존 직원들의 이탈까지 더해지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60세까지였던 채용 연령을 63세까지로 높여 중장년 46명을 새로 채용했다. 이곳은 지난 4월 기준 전체 고용 인원 211명 중 157명(74.4%)이 40대 이상이다.
㈜우진플라임은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해 성과를 냈다. 이 업체는 상시근로자수 1000명 미만 사업체로 재취업지원서비스 제공이 의무는 아니지만 기초컨설팅에 참여하면서 중장년 29명을 재고용할 수 있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중장년 고용 활성화 방안에 관한 다양한 의견도 소개됐다. 이수영 고려대학교 교수는 ‘초고령사회에서의 연령친화 인사관리 방안’ 발표를 통해 “2044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37%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될 것”이라며 “초고령사회에 대비하려면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기업의 부담을 덜면서도 고령자 고용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고령자 적합 직무 개발 △기업의 임금 체계 개편 △교육 훈련 강화 △작업조직과 방식 개편 등을 제시했다. 그는 “넘쳐나는 초고령사회 정책 수요를 감당하려면 고령 인력 정책을 총괄하고 노사에 전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담 공공기관과 전문 연구조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김선애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정책팀장은 “현재의 연공형 임금 체계에서 획일적 정년 연장은 우려된다”며 “일본이 정년 연장보다는 재고용 방식의 계속 고용 제도를 선택해 고령 인력을 끌고 가는 것처럼 근로자 개인이 지닌 역량에 따라 재고용의 모습도 다양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임은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1본부 부본부장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현재 63세인데 정년이 60세로 소득공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임 부본부장은 “안정된 일자리를 가지고 사회보험에 기여하면서 스스로 노후를 책임질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며 “고령자가 경험과 전문성이 있는 곳으로 재취업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주된 일자리에서 정년까지 가는 것이 가장 베스트”라고 주장했다.
박창동 한국표준협회 수석컨설턴트는 주된 일자리 퇴직 이후 사회로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퇴직이 임박한 시점이 아닌 40세 중반부터 재취업 로드맵을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 방법으로 “(현재 직무와 무관한 직종에서의)겸직은 정년 퇴직 이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학원’이 될 수 있다”라며 ‘임금피크제 연동 겸직’을 제안했다.
최영범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정책과장은 “정년 연장, 재고용 등에 관해 노사가 간극을 좁힐 수 있도록 돕고, 오늘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를 종합해 재취업서비스가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반기에는 개편 방향을 정리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