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의대 증원을 이유로 전공의 집단사직 등 의료공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대응책으로 내세운 군의관·공중보건의사(공보의) 파견에 대해서 의대 교수 3명 중 1명은 “도움이 안 됐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소속 교수 217명에게 파견 공보의·군의관의 ‘진료 부담 해소’ 여부를 조사한 결과 ‘그렇다’고 응답한 이들은 30.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31.8%로 근소하게 더 많았다. 나머지 응답자들은 해당 진료과에 파견된 군의관·공보의가 없던 것으로 집계됐다. 다시 말해 공보의·군의관을 파견받은 진료과에서는 절반가량만이 진료 부담을 덜어낸 셈이다.
비대위는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보건복지부의 대책대로 지역의료와 군 의료의 보루인 공보의와 군의관 을 상급병원 응급실에 배치하면 ‘응급실 뺑뺑이’가 없어지겠는가”라며 해당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들도 중증도가 높은 환자의 진료에 섣불리 참여하였다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생길까 두려워 피하기 때문”이라면서 “감시와 처벌은 의료를 위축시키고 필수진료 의사를 현장에서 떠나게 할 뿐”이라고 호소했다.
비대위는 필요한 의사 수 예측을 위한 합리적 근거를 만들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의대 증원’만을 필수의료 해법으로 제시하고 적정 수 고용 보장·민형사 기소 소송 부담의 해소 등의 문제에는 의지를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는 의대정원 숫자 문제로 혼란스럽다. 정부는 의료계가 합리적인 안을 내지 않아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합리적인 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은 정부”라며 “정책 결정권자들께서는 법·행정적 족쇄를 고안하는 대신, 의사들이 앞다투어 필수의료에 뛰어들고 싶어지는 환경을 부디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응급실 운영이 일부 제한된 의료기관에 이달 4일 15명의 군의관을 배치한 데 이어 9일부터 235명을 추가로 파견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병원에서 파견된 군의관들이 “현장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히고 병원 측이 응급실 근무가 부적합하다며 복귀 조치를 통보하는 등 파행을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