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처우 개선에 나선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앙정부의 부족한 국비 지원 탓에 정작 필요한 지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국비로 충당해야 할 인건비 부족분을 지방비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재정 압박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각 광역시·도에 따르면 복지 수요 증가와 함께 종사자 인건비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의 인건비 지침에 미치지 못하는 국비 지원이 이어지면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복지부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지침을 마련했지만, 정작 그 지침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시의 경우 올해만 해도 지방세로 떠안아야 할 국비지원 사회복지시설의 인건비 부족분 보전 비용(처우개선수당)이 98억6000만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91억6000만 원에서 7억 원가량 늘어난 수치로, 중앙정부가 지역아동센터 종사자 수를 늘린 결과다.
처우개선수당은 국비시설 인건비로 국비 589억 원과 지방비 389억 원을 투입하는 것 외에, 기본급과 명절·가족수당 등 지원 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예산이다. 복지부의 올해 인건비 지침 준수율은 95.2%에 그쳐 나머지 4.8%는 지방세로 메워야 한다. 부산시로서는 올해 시비 시설 인건비로 1631억 원을 지급해야 해 국비 미달 보전 비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만약 국비를 100% 지원 받을 수 있다면 이 예산을 국·시비시설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재 부산 내 국비지원 미달 시설은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 아동보호전문기관, 다함께돌봄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25개 유형에 걸쳐 424개소가 있으며, 이곳에서 2653명이 근무 중이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은 지방정부의 재정 압박과 함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감내하고 있다. 한 종사자는 “국비 미달로 인해 처우 개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특히 명절 수당이나 가족수당이 부족해 사기를 저하시킨다”며 “이직을 고민하는 동료들이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은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남도 역시 1인당 약 20만원의 인건비 부족분을 메꾸기 위해 도비와 시·군비를 합쳐 올해 270억 원을 추가로 투입했으며 인천시는 232억 원을 투입해 국비 지원 부족분을 보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정 부족에 시달리는 광역시·도의 불만이 나온다. 부산시는 최근 "명절·가족수당 지급 등 국비시설 종사자의 처우 개선 요구는 늘어나고 있으나, 재정 여건이 어렵기 때문에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복지부에 인건비 지침을 100% 준수해 달라”고 건의했다.
복지부는 예산 확보 문제로 인건비 지침 준수율을 매년 1~2%씩 올려간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3~4년 내 100% 수준으로 지급하겠다”며 “관련 예산을 확보해 적정 국비가 조속히 지원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앙과 지방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현실적인 예산 책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복지 정책 전문가는 “국비 지원이 부족하면 결국 그 피해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며 “중앙과 지방 간 협력을 강화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복지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