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은 땅꺼짐(지반침하) 사고로 지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 지자체 간 지반침하 안전점검 실적 격차가 최대 480배 가까이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마철을 전후로 땅꺼짐 사고가 집중되는 만큼 위험 기간 내 사고 우려 지역에 대한 수시 점검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국토안전관리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말 기준 직전 5년 동안 관리원이 전국 15개 시·도 지자체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지반침하 안전점검 연장은 총 5940km다. 경기도가 1907km로 가장 길었으며 대구가 990km로 뒤를 이었다. 제주와 세종은 4km로 가장 짧았다. 지표투과레이더(GPR)를 보유해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서울·부산은 점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하안전관리에관한특별법에서는 지하시설물 관리자와 도로 관리자 등이 GPR 탐사를 통한 공동(空洞)조사를 매 5년마다 1회 이상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정기 평가 이외에 위험 지역에 대한 비정기 조사의 연장 차이가 지역별로 최대 476배에 달할 만큼 크다는 점이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 전국에서 지반침하가 1031건 발생했지만 이에 대한 예방과 사후 조치가 적절히 이뤄지고 있지 않는 모양새다.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는 “법에서 규정하는 조사 이외에 취약 지역에 대해 지자체가 요청하면 관리원이 조사를 지원한다”며 “GPR 장비가 없는 지자체들은 관리원과 민간에 위탁해서 조사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2019~2022년 민간 전문기관이 지반침하위험도평가(침하 우려 및 침하 지역에 대한 사후 안전 평가)를 수행한 것은 2건에 불과했다.
GPR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서울과 부산의 경우에도 지반침하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시기인 7·8월에 사고 예측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별 조사 역량의 차이로 땅꺼짐 예방 및 대응에 구멍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성일 르네방재정책연구원 원장은 “장비를 보유하는 게 좋을지 위탁하는 게 좋을지는 지자체 규모별로 상황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가장 큰 문제는 탐지 기술인데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운용하고 있으니 중앙정부가 서울시와 협의해 보급에 나서는 등 지자체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반침하 원인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하수도 손상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실제 2019~2024년 현재까지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에 보고된 전국 지반침하 사고의 절반에 가까운 478건이 하수도 손상으로 인해 발생했다. 지하 공동조사와 더불어 지하시설물 노후화 정도를 파악해 지반침하 위험 지역을 사전에 걸러내는 작업이 필수적인 이유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에서 발생한 땅꺼짐 사고 이튿날 인근 100m 지점에서 하수도 손상으로 인한 소규모 지반침하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앞서 발생한 대규모 땅꺼짐에 대해서도 상하수도 등 지하매설물의 손상 등 변형으로 인한 도로침하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인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