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9일부터 나흘간 진행되는 대정부 질문에서 또다시 격돌한다. 여당은 윤석열 정부의 4대 개혁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 견제를 벼르고 있다. 야당은 의료 공백 사태와 채 상병 특검법 등을 앞세워 현 정부의 실정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대정부 질문 마지막 날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석 민심에 기댄 ‘지역화폐법’ 상정을 예고한 만큼 여야 간 거센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는 대정부 질문 첫날인 9일 정치 분야에서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와 정부의 계엄령 준비설 등을 놓고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5선의 박지원 의원을 필두로 서영교·권칠승·박상혁·이건태·이훈기 의원이 질의자로 나서 총공세를 펼칠 예정이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정치 보복’ 여론전도 펼칠 계획이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5선인 권성동 의원을 첫 질의자로 투입한다. 이후 신동욱·장동혁·곽규택 등이 차례로 질의에 나선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경험이 풍부한 중진과 전투력 있는 초선들을 두루 분배한 것 같다”며 “특검만 밀어붙이면서 막말·괴담·선동 정치를 하는 민주당에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10일에는 외교·통일·안보, 11일 경제, 12일 교육·사회·문화 분야 순으로 대정부 질문이 진행된다. 정부의 친일 인사 논란과 의료 공백 사태, 연금 개혁, 금융투자소득세 등을 놓고 정면 충돌이 예상된다.
특히 12일 본회의에서는 민주당이 지역화폐법 처리를 예고하고 있어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정부 질문 기간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의사일정은 합의한 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앞서 올 7월 대정부 질문에서도 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강행 처리하면서 국회가 파행을 겪은 바 있다.
이에 야당이 쟁점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야 한다는 주장이 여당 내에서 나온다. 하지만 거대 야당이 사실상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권’을 가지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인식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야당 역시 추석 명절을 앞두고 극한 대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은 부담이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9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하에 회동을 갖고 12일 본회의 안건 등을 놓고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의사일정 결정 권한이 있는 우 의장은 ‘친정’ 민주당의 법안 상정 요청을 두고 명절을 앞둔 시점에 여야 간 정쟁이 국민적 비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