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고] 中企 근로자에 큰 열매 될 '푸른씨앗'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영세 기업들 위한 퇴직연금기금제도

정부 지원금 지급·수수료 면제 혜택

사업주 경영개선·근로자 소득 강화

100인 이하 사업장까지 확대 필요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인구의 평균 기대수명은 82.7세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19.2%로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뒀다.



인구구조 변화는 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동력 부족과 생산성 저하는 경제성장을 둔화시킨다. 연금 수급자는 늘어나는 반면 연금 기여자는 줄어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낳는다. 의료 수요는 더 늘어나 국민 의료비 지출도 증가한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는 결국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된다.

지난주 정부가 기초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을 아우르는 구조 개혁안을 내놓았다. 그간 국민·기초연금 중심으로 운영돼 다층 연금 체계 틀 속에서 보완적 기능에 그쳤던 퇴직·개인연금에 대해 정부 차원의 개혁안이 제시된 점은 의미가 크다.



특히 저소득·중산층의 실질소득 강화를 위한 대안으로서 퇴직연금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퇴직연금은 사내 복지의 기본이다. 근로자 복리후생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서는 퇴직연금 가입 여부가 회사 평판을 높이고 인재를 유인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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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퇴직연금이 기업 규모에 따라 도입률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퇴직연금 도입률을 보면 상시 근로자 수 100인 이상 사업장은 88.5%인 반면 30인 이하 사업장은 수년째 24% 선에 머물고 있다. 근로자 수급권 보호가 정작 필요한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퇴직연금 도입이 이처럼 저조한 것은 대규모 자금을 사외 적립하고 수수료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사업주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다행히 정부와 국회, 각계각층이 중소·영세 사업장을 위한 퇴직연금 제도를 오랜 기간 논의했다. 그 결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개정돼 2022년 9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푸른씨앗)가 출범했다. 30인 이하 사업주와 이 사업장 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다. 사업주가 부담한 퇴직급여를 기금화하고 공공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이 운용해 원금과 수익금 전부를 퇴직 근로자에게 지급한다.

출범 2주년을 맞은 ‘푸른씨앗’은 2만여 개 사업장, 9만 명의 근로자가 가입해 약 7000억 원의 적립금(누적 수익률 12.8%)을 운영하는 제도로 성장했다. 짧은 기간에 2만여 개 중소 사업장이 가입한 것은 푸른씨앗의 혜택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사업주는 최대 2400만 원까지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쌓이는 적립금에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수수료도 4년 동안 면제된다. 소속 근로자 역시 사업주와 동일하게 10%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더해 기금 수익률을 감안하면 20% 이상 수익을 낼 수 있어 노후 자금을 안정적으로 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 퇴직연금을 가입할 때는 규약을 만들고 변경하는 절차가 다소 번거로웠다. 푸른씨앗은 표준 계약서를 도입해 이런 번거로움을 없앴고 업무 또한 대면이 아닌 온라인 처리가 가능해 절차도 편리해졌다.

중소·영세 사업주 입장에서는 경제적 이익이 크고 소속 근로자에게 높은 수익을 주며 가입 절차가 편리한 푸른씨앗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정부도 제도 활성화를 위해 지원금 지급, 수수료 면제 등 혜택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투입 예산에 비해 짧은 시간 내 중소·영세 사업장 경쟁력 강화, 소속 근로자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 가입 자격을 30인 이하 사업장에서 100인 이하 사업장까지 확대해 보다 많은 중소기업이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는 퇴직연금 사각지대를 조금이라도 더 해소하는 길이기도 하다. 기금 규모가 커지면 ‘규모의 경제’에 의한 수익률 향상으로 이어져 사업주 경영 여건 개선과 근로자 실질소득 강화에도 더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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