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결손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방 재정 교부세와 교육재정교부금을 줄이게 되면 지방 재정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우려가 나왔다. 세수 결손 탓에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의 자금을 쓴 것에 대해서도 외환시장에 대한 대응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7월 기준 세수는 전년 대비 8조 8000억 원 부족하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 대비 23조 2000억 원 더 편성해둔 상황이어서 연말께 약 32조 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예정처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4년 상반기 세수 부진 및 하반기 재정·경제 여건 점검’ 토론회를 열었다. 최철민 국회 예정처 예산분석총괄과장은 “과거 세수 결손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편성된 지방 교부세와 교육 재정 교부금은 지급하라고 국회에서 시정 요구했는데 지난해 지켜지지 않았다”며 “2023년 결산 심사 과정에서 같은 지적이 나오면 (정부가) 이를 어떻게 지킬 생각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해 세수 결손 규모가 56조 원에 달하자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교육청에 지급해야 하는 교부세와 교부금 18조 6000억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 외에도 외환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조성한 외국환평형기금에서도 19조 9000억 원의 재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최 예산분석총괄과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방 재정을 교부하지 않아 여러 지자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년 연속 교부세를 줄이게 되면 재정 자립도가 낮은 군 단위 지자체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정부는 세수 부족에 따라 교부세·교부금 규모는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것이라고 하지만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돼 지자체가 혼란을 겪었다”고 꼬집었다.
지방정부 재정이 줄어들면서 경제 성장에서 정부가 기여한 비중도 부진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영일 국회 예정처 거시경제분석과장은 “지난해 1분기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1.0%인데 비해 4분기는 0%”라며 “중앙정부의 소비·투자는 예년 수준을 유지한 반면 지방 정부까지 포괄한 총지출 집행률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세수 부족에 대응하는데 외평기금을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 예산분석총괄과장은 “정부가 외평기금을 20조 원 가까지 사용했는데 기금의 설치 목적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시장에서는 정부의 위기 대응 실탄이 부족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공자금관리기금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예수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것도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된다. 최 예산분석총괄과장 “지난해 정부는 예수이자 8조 6000억 원을 지급하지 않았는데 이는 결국 유예한 것이어서 나중에 가산이자를 물어야 한다”며 “예정대로 지급했다면 내지 않아도 될 돈이 추가 지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