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9조 8000억 원 늘어 부동산 폭등장이 한창이던 2021년 7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2022년 10월 이후 매달 줄고 있던 2금융권 대출까지 1년 10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은행권이 가계대출의 문턱을 높이자 수요가 2금융권으로 번지는 ‘풍선 효과’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2금융권에도 스트레스 이자가 적용되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당초 7월에서 9월로 두 달 미룬 사이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어서 금융 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11일 발표한 ‘8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9조 8000억 원 증가했다. 월간 기준 가계대출은 4월(4조 1000억 원) 증가세로 돌아선 후 지난 4개월간 월 4조~5조 원 수준의 증가 폭을 보여왔는데 지난 한 달 사이에만 이보다 2배가량 더 늘었다. 이는 2021년 7월(15조 2000억 원) 이후 3년 1개월 만에 최대치다.
가계대출의 폭증을 이끈 것은 단연 주택담보대출이다. 전 금융권의 주담대는 전월 대비 8조 5000억 원 증가해 전월 증가 폭인 5조 4000억 원보다 3조 1000억 원 늘었다. 7월에는 2000억 원 감소하는 등 5월부터 3개월 내리 줄었던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 역시 1조 3000억 원이나 늘며 상승 전환했다. 업권별로는 은행권 가계대출이 9조 3000억 원 늘어나 전월(5조 4000억 원) 대비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특히 주담대만 8조 2000억 원 급증한 영향이 컸다. 최근 증가세를 이끌던 정책 모기지 디딤돌·버팀목 대출(3조 9000억 원)보다 은행 자체 주담대(6조 4000억 원)가 전월보다 크게 늘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은행권의 가계대출 조이기에 따른 2금융권(상호금융·보험·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사)으로의 풍선 효과가 현실화했다는 점이다. 2022년 10월(2000억 원) 이후 내리막을 걷던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지난달 5000억 원 늘어 1년 10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전월보다 주담대가 3000억 원, 기타 대출이 2000억 원 늘었다. 업권별로는 여전사(7000억 원)와 저축은행(4000억 원)이 증가세를 이어갔으며 상호금융권은 1조 원 줄어들며 감소세를 유지했다. 보험사의 경우 3000억 원 늘며 3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은행들이 지난달부터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한 상황에서 2금융권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었던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이 미뤄지면서 생긴 공백으로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실제 2금융권 가계대출은 올 상반기(1~6월) 총 12조 9000억 원 축소되며 월 평균 2조 원대의 감소 폭을 보여왔는데 당초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시행될 예정이었던 올 7월에는 2000억 원 줄어드는 데 그치더니 지난달에는 상승세로 전환했다. 여전사와 저축은행은 두 달 연속 가계대출이 늘며 7~8월 사이 각각 1조 5000억 원, 6000억 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2금융권 풍선 효과가 더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한화생명의 경우 9월 중 주담대 ‘홈드림 모기지론’의 실행 물량이 조기 소진됐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이자율이 높더라도 부동산 수익률이 더 높다고 판단되면 대출을 선택한다”며 “1금융권 대출이 제한되면서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 당국은 2금융권 풍선 효과에 대해 선을 긋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추가 규제를 꺼내들겠다는 방침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가을철 이사 수요와 부동산 가격 상승세, 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다”며 “풍선 효과가 우려되는 신용대출과 2금융권 대출 등을 모니터링하고 과열될 경우 관리 수단을 과감히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