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대양 2024






2018년 9월 11일 러시아가 ‘보스토크 2018’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국 국경 부근에서 진행하자 미국은 까칠한 반응을 보였다. 소련 붕괴 이후 최대 규모인 30만 명의 병력이 동원되고 중국군과 합동훈련까지 벌인다는 소식에 당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장기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이 연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중러 군사 밀착을 애써 깎아내렸다. 반면 러시아 싱크탱크 ‘카네기모스크바센터’는 “러시아는 이 훈련을 통해 미국은 적으로, 중국은 동맹국으로 규정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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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군사 밀착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더 강해지고 있다. 이달 10일 시작된 러시아의 ‘대양(Ocean) 2024’ 해군 훈련은 아예 중러 합동훈련으로 격상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가 해상에서 이 정도 대규모 훈련을 하는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라며 중러 결속을 과시했다. 중국 국방부는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러시아는 중국이 동해·오호츠크해 해·공역에서 실시하는 ‘북부·연합 2024’에 참여하고, 중국은 러시아군의 대양 2024 전략 연습에 참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번 중러 합동군사훈련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5분간 연설에서 “미국이 군비 경쟁을 도발하고 있다”는 등 미국을 다섯 차례나 언급하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중러 군사 협력은 북러에 이은 ‘악마의 거래’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 정보 당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이 겉으로는 중립적 입장을 보이면서도 은밀하게 러시아에 무기 생산에 필요한 기계와 기술을 대거 판매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잠수함 운용, 스텔스 항공기 설계, 미사일 고도화 관련 첨단 기술을 제공받고 있다. 중국과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지원받는 민감 기술들은 한반도 평화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한미 동맹과 한미일 군사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해 북중러 ‘도발 카르텔’을 봉쇄해야 한다.

문성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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