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명인의 손길 거친 닥종이 '호랑이'로 재탄생

◆전통한지 작가 이정은 개인전

얇은 털·눈 등 섬세하게 표현

"재해석한 한국전통 알리고파"

18~24일 경인미술관서 선봬

이정은 작가가 닥지로 제작한 작품. 사진제공=경인미술관이정은 작가가 닥지로 제작한 작품. 사진제공=경인미술관




전통 한지인 닥지를 이어 붙이는 것만으로 회화 이상의 섬세한 표현이 가능할까.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전통 소재인 한지를 이용해 작업한 부조 작품 전시가 열린다.



경인미술관은 닥종이를 이용해 조각과 부조를 제작하는 작가 이정은의 전시를 18일부터 24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작가 이정은은 대학교 졸업 후 10년간 대기업 계열사 디자인팀에서 일하며 상업 디자인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주로 회화 위주의 작업 활동을 개인적으로 해오던 그는 2011년 한 닥종이 명인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닥종이 공예 작가의 삶을 시작했다. 작가는 “한국 전통 예술이 현대 사회에서 점점 잊혀지는 게 안타까웠고, 이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해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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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작가가 닥지로 제작한 작품. 사진 제공=경인미술관이정은 작가가 닥지로 제작한 작품. 사진 제공=경인미술관


작가는 자신의 두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호랑이’를 주제로 정했다. 그는 “호랑이는 한국 전통에서 용맹함과 보호를 상징하는 동물로 한국 민속 신앙과 전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호랑이를 형상화해 예술품을 만들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믿음을 반영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한지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문화재이자 예술품이다. 작가는 “한지는 얇지만 강도가 높아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다”며 “호랑이의 가느다란 털, 눈 묘사 등 섬세한 표현도 한지의 질감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가는 호랑이 이전에 한지를 활용해 강아지, 고양이 등 털 표현이 필요한 동물을 주제로 한 작업을 주로 진행해 왔다. 그는 “한지의 질감을 살리는 것이 작품의 가장 큰 독창성”이라며 “단지 닥지로 인형을 만드는 공예를 넘어서 부조의 형태로 회화 이상의 깊이를 드러내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를 준비 중인 작가는 자신을 ‘전통 한지 작가’라고 설명하며 전통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전통은 시간이 흐르면서도 변하지 않는 핵심 가치로, 세대를 통해 전달되는 기술과 문화의 집합체”라며 “전통 한지작가로서 이러한 지혜와 아름다움을 현재와 미래에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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