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달 말 경기도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안 불허에 대해 “전자파 걱정은 극히 일부 세력의 흑색선전과 악의적 주장에 불과한 괴담”이라며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전력망 건설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더는 지연·좌초될 수 없다는 것을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실제로 동서울변전소 증설이 늦어지면 연간 30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현재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기 공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의 핵심은 인력과 용수·전력”이라고 말했다.
한전이 행정심판을 통해 동서울변전소 건설 재개를 서두르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가 하남시의 행정처분에 제동(집행정지)을 건다면 한전의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이 다시 궤도에 오를 수 있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가 있어야 (변전소) 공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행정심판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행정심판위는 하남시로부터 답변서를 제출받고 양측의 주장을 검토한 후 심리 기일을 정하게 된다. 추석 연휴와 하남시의 답변서 제출 기한 등을 고려하면 첫 심리 기일은 다음 달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 한전은 만에 하나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더라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행정심판에서 한전이 이기지 못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에 막대한 타격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연말까지 결과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한전은 6996억 원을 들여 2026년 6월까지 동서울변전소를 옥내화하고 초고압직류송전(HVDC) 변환소를 건설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하남시가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없고 전자파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증설 관련 신청 4건을 모두 불허해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구축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전과 하남시의 다툼이 장기화할 경우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