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최소 자본금 '1000만원→1억' 상향…부적격 대부업체 4300곳 퇴출

■당정 불법사금융 근절 대책

전체 업체의 절반 이상 정리 수순

법인 자본금 기준 5000만원→3억

대표 겸직 막아 쪼개기 영업 근절

미등록업체 벌금 2억이하로 올려





당정이 11일 발표한 ‘불법 사금융 근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대부 업체 4300여 곳을 시장에서 퇴출하겠다고 한 점이다. 대부 업체가 전국에 난립하면 금융 당국의 감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보고 전체 업체 중 절반 이상을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또 대출 조건으로 나체 사진 전송을 요구하는 등 반인륜적인 계약은 원금과 이자를 전면 무효화하기로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불법 사금융 등 범죄 수법이 점점 더 교묘해지고 신용이 낮은 금융 취약 계층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며 “반사회적 불법 대부 계약은 무효화할 수 있도록 소송 지원 등 피해자 구제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은 법 개정을 통해 대부업 유지를 위한 최소 자기자본 요건을 상향해 진입 문턱을 높이기로 했다. 개인 최소 자본금은 1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법인은 5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올린다. 등록 요건을 맞추지 못하면 즉시 퇴출된다. 당국은 자본금 기준을 높이는 법이 시행되면 현재 지자체 등록 대부 업체들의 자본금 상황을 감안할 때 3300여 곳만 생존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2023년 말 기준 7628곳)보다 60%가량 대부업 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자진 폐업 시 재등록 기간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늘려 재진입도 어렵게 한다. 대부업자 한 명이 여러 곳의 영세 업체를 운영하는 이른바 ‘쪼개기 영업’을 막기 위해 대부 업체 대표의 겸직도 막는다. 이외 불법 사금융의 주된 유입 창구로 지목된 온라인 대부 중개 사이트는 지자체가 아닌 금융 당국이 직접 관리해 감독 수위를 높인다. 김진홍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전국에 대부 업체가 많아도 불법 업체가 많거나 규제 사각지대가 있다면 결코 좋은 게 아니다”라면서 “등록 요건을 강화하고 관리·감독 질을 강화해 대부업의 신뢰성을 높이는 게 서민의 금융 접근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실 대부 업체를 대거 없애고 “믿을 만한 곳만 시장에 남겨둬야 한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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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은 폭행 등을 통해 맺은 반사회적 계약을 무효화해 피해자를 구제할 법적 근거도 신설하기로 했다. 민법상 ‘반사회적 법률행위는 무효’로 규정돼 있다. 대부업의 반사회적 법률행위를 △성착취 추심 △인신매매 △폭행·협박으로 보다 구체화하기로 했다. 김 국장은 “현재는 불법 채권 추심 등을 전제로 체결된 불법 대부 계약에 대해 민법 제103조 일반법리 이외 무효를 주장할 근거가 없다”면서 “대부업법을 개정해 채무자에게 현저히 불리한 내용의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불법 사금융업자가 수천%가 넘는 초고율의 금리를 매겨 막대한 수익을 얻는 일도 손보기로 했다. 현재는 불법 사금융업자가 고금리로 돈을 내주다 적발되더라도 법정 최고 금리인 20%의 이자 수익은 챙길 수 있다. 하지만 당정은 범죄를 저질러도 돈을 챙길 수 있는 구조가 불법 사금융업을 양산한다고 보고 수익 이율을 6%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불법 사금융업자에 대한 처벌 수위도 금융 관련 법상 최고 수준으로 높인다. 등록을 하지 않고 대부업을 하다 적발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현재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또 불법 사금융으로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경우 전자 금융거래를 3∼5년 제한한다.

당정이 이날 불법 사금융 종합 대책을 마련한 것은 서민을 대상으로 한 피해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는 2020년 7350건에서 지난해 1만 2884건으로 3년 새 갑절 가까이 늘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제도 개선과 함께 실제 불법 사금융의 근원적 척결은 관계기관의 수사와 단속, 처벌 강화도 매우 중요한 만큼 정부 전체가 힘을 합쳐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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