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가계부채가 韓 성장 짓눌러” 경고, 일관성 있게 대출 관리하라


한국의 과도한 민간 부채가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국제기구의 경고가 나왔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가계·기업부채) 비율이 100%를 웃돌면 경제성장률이 오히려 꺾이는 ‘역U자형’을 그린다”며 한국과 중국을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했다. BIS에 따르면 부채 증가는 초기에 실물 투자로 이어져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원리금 상환 부담을 느끼는 가계·기업의 소비·투자를 억제해 성장을 짓누르게 된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각각 100.5%, 122.3%로 총 222.7%에 달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의 민간 부채가 주요 26개국 중 가장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경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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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민간 부채 상황은 국제기구들이 잇달아 경고할 정도로 심각하다. 대다수 선진국들은 코로나19 시기 초저금리에 늘어난 부채 줄이기에 나섰으나 한국은 가계빚이 되레 느는 역주행을 계속해왔다.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열풍은 가계빚 증가에 불을 질렀고 당국의 오락가락 규제는 ‘불난 데 부채질’을 했다. 그 결과 8월 말 은행의 대출 잔액은 1130조 원으로 한 달 만에 9조 3000억 원이나 늘었다. 그 중 80%는 20년 만에 최대 폭으로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했다.

결국 주담대 관리가 핵심이다. 정부는 더 이상 가계대출 관리에 혼선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 당국은 7월 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연기하더니 가계부채가 폭증한 후에는 은행들에 대출 감축을 압박하다가 실수요자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한발 물러서는 등 냉온탕 행보를 보였다. 혼란을 빚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0일 사과하고 필요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제는 주담대 증가의 70~80%를 차지하는 정책 대출 관리도 망설여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는 정책 대출 유지를 고수하며 엇박자를 내고 있다. 한쪽에서 불을 끄고 다른 쪽에서는 기름을 붓는 상황이 반복되면 안 된다. 정부는 가계부채 대응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일관성 있게 부채 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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