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대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 53개 병원의 응급실에서 의사 42%가 급감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 40개 의대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이달 9∼10일 협의회에 참여하는 수련병원 중 53곳의 응급실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하며 "이들 병원의 응급실 근무 의사가 지난해 914명에서 조사 기간 현재 535명으로 41.4% 줄었다"고 12일 밝혔다.
1년새 응급실 근무 의사가 급감한 데는 전공의 이탈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전의교협에 따르면 응급실에 근무하는 전문의 총수는 지난해 528명에서 현재 501명으로 27명 감소했다. 반면 전공의(일반의) 총수는 기존 384명에서 10분의 1 수준인 33명으로 내려 앉았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병원 중 7곳은 응급실 근무 의사가 5명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병원은 24시간 전체 운영이 불가능해 부분 폐쇄를 고려해야 하는 실정이다. 다른 병원들도 사정이 썩 좋지만은 않다. 근무 의사 수가 6∼7명인 곳은 10곳이나 됐다. 의사 1명이 응급실을 24시간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전의교협은 "작년에는 의사 1인만 근무하는 병원이 1곳, 부분적으로 2명이 근무하는 병원이 4곳이었고 나머지 48개 병원은 모두 2인 이상이 근무해 응급실 운영에 문제가 없었다"며 "지금은 의사가 15명 이상인 7개 병원을 제외하면 같은 시간에 의사 1.5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계산됐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으로 갈수록 응급실 운영 상태가 나빴다. 지역별 응급실 근무 의사 현황을 살펴보면 대전·충청의 경우 1년새 58%가 줄어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부산(53.6%)과 광주·전남(51.2%) 지역에서도 응급실 의사가 50% 넘게 감소했다.
전문의 수는 지역별 편차가 더욱 컸다. 대전·충청 지역은 전문의 감소율이 27.9%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20%대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응급실 의사 감소율은 39.2%였는데, 전문의는 4%만 줄었다. 인천은 의사가 8.9% 줄었지만, 전문의는 오히려 20.7% 늘었다.
전의교협은 "부산의 경우 조사 대상 병원 5곳의 응급의학 의사는 32명으로 조사됐다. 병원당 평균 6.4명의 의사만 근무해 다른 지역보다 근무 환경이 열악했다"며 "응급실 붕괴가 지방부터 진행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조사 결과"라고 강조했다.